33개 기업만 해외로 생산 시설 이전…입주기업·협력사 줄도산 위기
[뉴스핌=한태희 기자] "폐업하고 싶어도 못하는 마음을 압니까? 대출금도 못 갚고...언제까지 이래야 하나요."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터트린 분통이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1년이 돼 가지만 입주기업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은행권에서의 대출 상환일 유예 등으로 근근히 버티지만 기업으로서의 제역할은 못하고 있다.
8일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공장 가동 중단으로 약 123개의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이름만 있는 '유령기업'의 나락으로 속속 떨어지고 있다. 공장을 가동해서 제품을 만들고, 이를 팔아야 돈을 버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에 생산시설이 100% 있는 51개 기업이 입은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통일부 및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33개 기업이 베트남 등으로 생산 공장을 옮겼다. 나머지 기업은 국내에서 대체 생산 부지를 찾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사실상 명맥만 유지중인 셈이다. 건설 관련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대표는 "직원들 월급을 못 줘 다 나갔다"며 "30명 정도였던 직원이 지금 저와 사무직 1명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폐업하려고 해도 지원 받은 대출금을 갚으라고 하더라"며 "지금 이 상황에서 갚을 돈이 어딨냐"고 한탄했다.
해외로 이전한 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인건비가 낮다고 해도 북한과 비교하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동안 없던 물류비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자재를 싣고 개성을 오갈 때와 베트남을 왕복할 때 드는 비용이 차이가 나서다.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 북한군 소초와 폐쇄된 개성공단이 쓸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원부자재를 남품했던 약 5000개에 달하는 협력사는 줄 도산 위기 놓였다. 원부자재 납품사 K사의 김 모 대표는 "주위 가용한 모든 인맥을 동원해 돈을 빌려 정말 어렵게 공장을 가동 중"이라며 "도산하기 일보 직전"이라고 하소연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추산하는 입주기업 피해액은 약 1조5000억원이 넘는다. 건물과 기계 장치 뿐만 아니라 원부자재 등이 전부 반영한 금액이다.
협회는 이 중 약 3분의 1만 정부가 지원했다고 주장한다. 공단 폐쇄로 인한 1년간의 영업손실이나 영업권 상실 등에 관한 지원책은 전무했다는 것.
정기섭 개성공단기업기업협회 회장은 "정부 지원은 피해액의 3분의 1인 4838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준 것이고 진정한 의미의 보상은 아니다"라며 "실질적 피해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