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입 계획 줄줄이 포기..모기지 업체도 대출 꺼려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 주택 가격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국토안보부가 범법자뿐 아니라 모든 불법 체류자와 서류 심사를 거치지 않은 합법 체류자까지 잠재적 추방 대상이라고 명시한 세부 지침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맨해튼 센트럴파트 주변의 고가 건물 <출처=블룸버그> |
2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한 인도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최근 90만달러의 주택 매입 계획을 접었다.
워싱턴에서 비영리기구를 운영하는 한 브라질 여성은 사무실 근처 노후 주택을 매입하려고 했지만 이를 포기했다.
애리조나의 멕시코 불법 이민자의 아들은 은행으로부터 주택 대출 승인을 받았지만 모기지를 취소하는 방향으로 고민 중이다. 언제 강제 추방당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이민정책연구소에 따르면 1100만에 이르는 불법 체류자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이들이 자가 주택이나 가족 혹은 친구가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이민 정책의 타깃으로 분류한 이들의 주택시장 영향력이 작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와 별도로 부동산 중개업체 트룰리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미국의 주택 보유율이 66%로 1994년과 같은 수준에 머무른 반면 해외 이주자의 보유율은 같은 기간 2.4%포인트 상승하며 50%를 넘어섰다.
가뜩이나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이민 정책이 이중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포함한 이슬람 7개국의 미국 입국을 금지시킨 데 이어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할 움직임이다.
21일 공개한 국토안보부의 지침에는 미국 일자리를 위협하는 이들과 범죄 기록이 있는 체류자뿐 아니라 법적으로 거주가 허용되는 시민권자의 가족들까지 추방 대상에 포함했다.
2010년까지 10년간 이민자들이 휴스톤 주택시장의 평균 집값을 2만5000달러 끌어올린 점을 감안할 때 반이민 정책에 따른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고급 기술 인력에게 제공하는 H1-B 비자의 통제 강화 역시 관련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커다란 악재로 꼽힌다.
카토 연구소의 알렉스 노라스텍 정책 연구원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인 반이민 정책을 강행할 경우 다른 어떤 것보다 주택시장이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수백만에 이르는 불법 체류자가 추방되고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이민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주택 가격의 하락 압박이 거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실리콘밸리 그리고 마이애미 등이 특히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모기지 전문 금융회사는 이미 대출 집행에 지극히 보수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이민자 모기지 대출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알테라 홈론의 제이슨 메이디도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모기지를 공격적으로 집행했다가 막대한 디폴트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며 “상당수의 모기지 업체들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