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 섹터부터 자금 성향, 헤지 움직임까지 경계 신호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 걷잡을 수 없는 불마켓을 연출하고 있지만 실상 ‘베어 랠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수 최고치 경신을 이끌어낸 자금의 성향부터 주도 섹터, 투자자들의 헤지 움직임까지 베일 이면에는 경계감을 부추기는 지표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28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대적인 세금 인하 계획을 밝히면서 뉴욕증시가 주춤했던 랠리를 재개한 이후 유틸리티와 헬스케어 섹터가 각각 5%에 이르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선다이얼 캐피탈 리서치에 따르면 방어주 섹터가 경기순환주를 앞지르며 다우존스 지수의 3주 연속 상승을 이끌어낸 것은 1926년 이후 처음이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통하는 CBOE 변동성 지수(VIX)가 12 내외에서 거래, 역사적 평균치에 비해 25%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손실 리스크 헤지는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대형 투기거래자들의 VIX 선물 매입이 최근 4주 가운데 3주에 걸쳐 증가했다.
또 증시 하락 기간에 통상 상승하는 아이패스 S&P500 VIX 숏텀 퓨처스 ETN의 거래 역시 이달 초 10개월래 최고치로 뛰었다.
캐너코드 제누어티의 토니 도이어 전략가는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섹터별 등락 추이와 헤지 움직임은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와 상반되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최근 국채 수익률 하락 역시 불안한 투자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주가 최고치를 주도한 자금의 성향 역시 향후 추세를 낙관하기 어렵게 한다. 이날 JP모간에 따르면 울들어 인덱스 펀드로 83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밀려든 반면 액티브 펀드에서 15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사자’에 몰입하는 반면 기관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발을 빼는 정황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JP모간은 설명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등락 폭이 지극히 제한된 주가 움직임이 조정 신호라고 주장했다. 최근 93거래일 가운데 S&P500 지수가 1% 이상 하락한 거래일이 단 하루도 없었고, 이는 2006년 이후 최장기 기록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VIX가 대선 이후 장기 평균치까지 오르지 못한 것은 주식시장이 ‘태풍의 눈’에 위치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관은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이른바 ‘대통령 풋’의 주가 상승 동력이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비해 약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정책 이행이 매우 즉각적인 데 반해 행정부는 장기간에 걸쳐 의회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과 같은 강도로 증시에 지속적인 상승 탄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들은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