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탄핵 당시 비공개, 2005년 법개정으로 의무 공개
헌재결정 불복의 빌미…공개따른 재판관 심적압박
재판관에 무한책임, 건전한 통합 과정이란 분석도
[뉴스핌=김범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소수(少數) 의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소수 의견은 통상 재판부의 주문(인용 혹은 기각)과 반대되는 의견인 만큼 박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파장의 진폭에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 당시 헌재는 '소수 의견 공개 여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지만, 결국 소수 의견(탄핵 인용 주장)과 그 의견을 낸 재판관을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위헌법률·헌법소원·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서는 각 재판관의 의견을 결정문에 표기하도록 규정된 반면 '탄핵심판'과 '정당해산심판'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국회는 다음해 6월 탄핵과 정당해산심판에서도 심리에 참여한 재판관 전원의 개별 의견을 반드시 표기하도록 헌재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법률에 따라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당시 찬성 의견을 낸 8명의 재판관 뿐만 아니라 반대 의견을 낸 1명(김이수 재판관)의 이름과 개별 의견이 모두 결정문을 통해 공개됐다.
따라서 이번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결정문에 다수 의견 뿐 아니라 소수 의견 역시 모두 담기게 되는 것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두고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로 극명하게 대립하는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형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주재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만장일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나, 소수 의견이 나오게 되면 그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를 근거로 헌재 결정에 불복하고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 탄핵사건 당시 소수 의견 비공개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소수 의견이 알려지지 않음으로써 정국이 빠르게 안정되고 찬·반으로 나뉘었던 여론도 사그라들 수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의 변호사 역시 "탄핵 심판은 어떻게 보면 선거와 비슷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다"면서 "(헌재 탄핵심판 결정문에) 소수 의견과 실명 공개로 재판관들이 심적 부담과 압박을 받아 자칫 왜곡된 판단을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소수 의견 공개를 환영하는 주장도 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는 "헌재 재판관들이 책임과 신중한 의견을 가지고 평의에 참여하도록 하는 긍정적인 제도"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을 두고 국민 사이에 헌법적 분쟁이 큰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연 헌재가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를 두고 재판관 8인의 원칙과 지혜가 충분히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수(정치학) 역시 "소수 의견은 중요하다"면서 "평의 과정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상대 의견을 서로 존중하고, 다른 의견을 얘기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건강한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사회 분열 우려에 대해서 최 교수는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당분간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양측은 집회와 시위를 통해 강한 의견을 표출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 단계가 지나면 사회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고, 우리 사회가 그 정도 수준은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