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연극 ‘남자충동’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때묻지 않은 맑은 목소리로 구슬픈 노래를 부르고,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수한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더 먹먹하게 만드는 송상은(26) 얘기다.
이 작품은 가부장 지향의 남자들이 ‘강함’이라는 판타지를 실현하고, 그로 인해 드러나는 폭력성향으로 파멸하는 과정을 그렸다. 여기서 송상은은 주인공 장정이 지키고 싶어 하는 자폐아 여동생 달래를 연기했다.
“이 작품에서 캐릭터 잡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자폐아 연기를 해 본적이 없었으니까요. 자폐아의 특성이나, 행동에 대해 주변에 도움도 구하고 공부도 많이 했어요. 극 중에서 달래는 자폐아로 나오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오롯이 자폐아라고 볼 수 없죠. 오히려 정신지체랑 조금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그래서 나름대로 통합이 잘 되게 표현하려 애썼죠.”
작품 속에서 달래는 바보라고 놀림 받는 아이, 그리고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 장정을 좋아하고 잘 따르는 아이로 표현된다. 단순히 보면 작은 역할 같지만 주인공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 힘을 키우는 만큼, ‘남자충동’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장정이한테 달래는 정말 큰 인물이에요. 사실 연습 초반 때는 제가 맡은 역할이 얼마나 큰지 잘 몰랐어요(웃음). 연습하면서 달래가 이 작품에서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제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극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매 무대마다 집중하고 또 집중해서 하고 있어요.”
송상은은 달래를 연기하면서 정반대 스타일을 갖고 있는 두 명의 오빠가 생겼다. 바로 박해수와 류승범. 연기하는 스타일도, 캐릭터의 해석 자체도 다르다. 그러다보니 매 회 새롭다고.
“박해수 오빠는 무대에 선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능수능란해요. 그리고 또 따뜻하죠. 모든 역할에게 따뜻한 장정이에요. 그래서인지 박해수 오빠가 연기하는 장정은 정말 너무 슬퍼요. 반면에 류승범 오빠는 작품 속에서 달래한테만 따뜻한 장정이에요. 그리고 순간순간 나오는 표현과 에너지가 정말 ‘날 것’ 그 자체에요. 정말 놀랐죠. 매 무대마다 표현이 달라져요. 저한테도 새로운 자극이 되고요. 저는 두 명의 장정이 달라서 너무 좋아요(웃음).”
‘남자충동’에서 송상은이 얻어가는 것이 있다면 단연 연기 그 자체이다.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는 사람이 연극계에서 내로라하는 손병호, 김뢰하, 황영희, 황정민이다.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합을 맞추다보니 느낌도 색다르다.
“선생님들이랑 연기를 같이 해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에요. 연습할 때 보고만 있어도 연기적인 부분에서 배우는 게 커요. 선배들의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배움인 거죠. 그리고 부담 주는 법이 없으세요. 제가 작품에서 딸로 나오니까 너무 잘 챙겨주시더라고요(웃음). 너무 좋은 환경에서 연습했고, 공연하고 있어요. 복 받았죠. 하하.”
그의 이름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면, 이름 옆에 붙는 것이 바로 ‘가수’라는 타이틀이다. 2014년 ‘타우린’이라는 그룹으로 첫 앨범 ‘위시 리스트(Wish List)’를 발매했다. 작품에서 부르는 ‘목포의 눈물’이 예사롭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서 풀렸다.
“2015년 앨범을 내고 잠깐 휴식기를 가졌어요. 그룹 내에서 임신한 사람이 있었거든요. 하하. 지금 출산을 하고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다시 앨범을 내려고 준비 중이에요. 여러 곡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어떤 걸 순차적으로 낼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뮤지컬 배우로, 가수로, 그리고 영화배우로 활동 영역을 점차 넓히고 있다. 벌써 데뷔 7년차이지만 조급하게 서두르는 법이 없다.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즐기면서 .
“제가 연기하는 연극을 보고 또 다른 연극이 보고 싶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정말 기분 좋았죠. 앞으로 그런 말을 많이 듣고 싶어요. 가끔은 연기가 일 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앞으로는 무대를 일로 생각 안 하고, 즐기면서 할 거예요. 그게 이번 목표고요(웃음). 그래야 절 보시러 오는 관객 분들도 좋은 기운을 받아 가시겠죠?”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