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주가 급락 전 담보대출 정점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의 상승 탄력이 한풀 꺾인 가운데 주식 담보대출이 사상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이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주가가 본격적인 조정을 보일 경우 눈덩이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29일(현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가장 최근 지표인 지난 1월 주식 담보대출 규모가 5133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해당하는 동시에 전년 동기에 비해 4.9% 늘어난 결과다. 소위 트럼프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으로, 주식시장의 하락 신호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전부터 수개월 가량 완만하게 늘어난 주식 담보대출은 약 2년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증권사로부터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 증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투자자들은 대부분 금융 자산을 매입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시장이 가파르게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이 커다란 손실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주식 담보대출의 증가는 투자자들의 향후 주가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으로 해석된다. 주가가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으로 자금을 빌려 공격적인 베팅에 나선다는 것.
하지만 담보대출은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의 고점을 예고하는 지표가 된 바 있어 이번 수치에 시장 전문가들이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00년과 2007년 뉴욕시장이 투자자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폭락을 연출하기 전 담보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지난 2015년 여름 주요 지수가 10% 이상 떨어지기 수 개월 전에도 주식 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후 대출 규모는 지난해 초까지 감소했다.
베어드의 브루스 비틀스 최고투자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주식 담보대출이 늘어날 때 강세장의 신호로 해석되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커다란 복병으로 작용한다”며 “아울러 담보대출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주식 투자 수요가 단기적으로 정점을 찍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투자자 심리를 반영하는 주요 지표가 최근 들어 꺾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 22일 기준 한 주 사이 미국 주식펀드에서 89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38주간 최대 규모의 ‘팔자’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주가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게 고조된 한편 증시 상승 동력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이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부분이다.
투자자들은 헬스케어 법안의 좌초 이후 세제 개혁안의 의회 통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세금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증시 충격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