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제 기자]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전날 더불어민주당의 제19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전 대표가 당 지도부와 함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지난 2015년 2월 당 대표 취임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새삼스럽지는 않았지만 달라진 말에서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은 공과가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가 안아야 할 우리의 역사이고 공과도 우리가 뛰어넘어야 할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서울국립현충원 현충탑을 찾아 참배를 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대단한 변화라 할 수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이후 민주당에선 두 전 대통령 묘역에 대한 참배를 금기시해 왔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통령 후보 시절 현충원을 찾았지만 이·박 전 대통령 묘역을 그냥 지나쳤다. 당시 안철수 후보는 두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서울국립현충원 현충탑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 이형석 기자 leehs@ |
그러다 2015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야당 대표로선 처음으로 두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지만 이렇다 할 말을 남기진 않았다. "하고 싶지 않지만 표 확장을 위한 전술"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중도·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세론'에 근거한 여유로움이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 '정치인 문재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굳이 두 전 대통령 묘역을 지나칠 필요가 없다는, 그렇게 하는 게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걸 확실하게 알고 있는 정치인 문재인. 정치·사상적 선명성보다는 유연한 포용이 유리하다는 판단, '권력의지'를 발휘하는 정치인 문재인의 모습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서 분향을 하며 첫 공식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문 후보는 전날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57%로 압승하며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 이형석 기자 leehs@ |
[뉴스핌 Newspim] 이승제 기자(openeye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