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매매 시작일부터 11일까지 액면가 기준 총 200억원 넘게 거래
대우조선 정상화되면 수익 85%까지...'모 아니면 도'
[뉴스핌=허정인 기자] 오는 13일 상장폐지를 앞둔 대우조선해양 회사채가 정리매매기간 동안 액면가 기준 150억원 넘게 거래됐다. 향후 회사가 정상화돼 액면가의 절반을 원금으로 상환 받을 경우 상당부분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매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일반인 및 소규모 투자법인의 ‘딱지치기’성 거래로 비춰진다. 금융당국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면 현재 3000원 선에서 회사채를 산 사람들은 말 그대로 로또에 당첨되는 셈이다. 다만 반대로 대우조선이 다시금 위기에 빠지게 되면 투자금을 대부분 회수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투기성 거래이기 때문에 신중히 투자할 것을 당부했다.
<자료=코스콤> |
11일 코스콤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는 모든 종목이 3200~3700원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우조선 위기설이 재차 불거진 지난달 중순부터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해 9000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회사채는 3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다만 거래량은 치솟는 중이다. 만기가 가장 가까운 대우조선해양 6-1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 한해 동안 이 회사채는 일 평균 5억4367만원어치(액면가기준)가 거래됐다. 다만 정리매매를 시작한 지난 4일부터 전일인 10일까지 5거래일 동안엔 일 평균 14억2650억원 가량(액면가기준) 거래됐다.
정리매매기간에 손절매하는 투자자도 있지만 그만큼 회사채를 사 모으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다. 대우조선 회사채는 ‘감사의견 한정’을 사유로 지난 4일부터 내일인 12일까지 7거래일 동안 정리매매를 진행한다. 13일엔 상장폐지된다. 그럼에도 대우조선해양 6-1을 포함해 다섯 개 종목의 총합 거래량(액면가기준)은 정리매매 시작일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150억원을 넘겼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액면가를 기준으로 채무조정을 하기 때문에 지금 3500원에 산 사람들은 5000원어치 주식 받고, 나중에 회사채 액면가의 절반 5000원어치 원금 상환도 받을 수 있다. 기대대로 되면 지금 사는 사람들은 나중에 주가가 반 등분 나도 85% 가량 수익을 내는 셈”이라며 “현대상선이나 팬오션 때 이러한 방식의 투자로 재미를 본 사례도 있고, 대우조선이 청산으로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투자자들이 몰리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기성 거래라고 입을 모았다. 다른 전문가는 “소위 남의 돈으로 투자하는 사람들, 기관투자자는 이런 식의 매매를 하긴 어렵고 대부분 개인이나 쩐주를 심어놓고 투자하는 소규모 법인이라고 보면 된다”며 “일단은 청산으로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투자하는 분위기인데, 이후 대우조선 주식이 10분의 1토막 날 수도 있고 구조조정 이후에도 다시 어려워질 수도 있고, 아무도 알 수 없다. 당장은 회생하더라도 만기연장일인 3년 후 시점엔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거래”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은 출자전환 후 주식 값으로 4만350원을 제시했다. 당국의 제안대로 채무조정안이 시행되면 액면가 기준으로 회사채를 1억원어치 갖고 있는 사람은 5000만원을 주식으로 전환해야 된다. 개당 4만350원짜리 주식을 1240주로 받는 것이다.
향후 주가가 떨어질 경우를 셈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주식 수가 대량 늘어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주가가 반값으로 떨어지겠고 향후 대우조선 수주 실적에 따라 50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회사채 원금 상환도 확신할 수 없다. 국제유가의 하향 추세, 선박 가격 하락 등 여러 지표들이 조선업 불황을 예견하고 있다. 단기에도 회복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도 대우조선의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다시 대우조선 부실 우려가 불거질 경우 그때는 절반의 회사채 원금을 온전히 포기해야 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향후 가치는 실사한 사람밖에 모르는데, 나와있는 자료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과거의 경험만을 근거로 ‘깜깜이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당국이 상환을 제시한 시점 또한 먼 훗날의 얘기고, 만에 하나 사채권자 집회가 잘 안돼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원금을 다 잃을 수 있다”며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