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북핵·미사일 위협 고도화 대비 가용 사드 전력 일부 배치"
성주 군민들, 사드 배치 반대 기자회견…경찰 8000여명 도로 통제
[뉴스핌=이영태 기자] 주한미군이 26일 새벽 경상북도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군사작전을 벌이듯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를 전격 배치했다. 발사대와 사격통제 레이더 등이 곧 시험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드 장비 배치 과정에서 경찰과 성주군 주민들 간 충돌도 발생했다.
주한미군의 사드 장비 전격 반입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한국 정부로부터 지난 20일 사드 부지를 공여받은 지 6일 만이다.
주한미군이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한 사드 장비를 수송기에서 오산 공군기지로 이동시키고 있다.<사진=유튜브/뉴시스> |
국방부는 이날 입장자료에서 "한미 양국은 고도화되고 있는 북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사드 체계의 조속한 작전운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따라서 이번 조치는 가용한 사드 체계의 일부 전력을 공여 부지에 배치해 우선적으로 작전운용 능력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별도의 시설공사 없이 일부 전력을 우선 배치하는 것"이라면서 "환경영향평가와 시설공사 등 관련 절차는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며 우리 군은 연내 사드 체계의 완전한 작전운용 능력을 구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은 이날 오산기지와 부산, 경북 칠곡 왜관의 캠프 캐럴에 각각 분산 보관 중이던 사격통제 레이더와 발사대, 요격미사일 등 사드 핵심 장비를 실은 차량 20여 대를 부지 안으로 전격 반입했다. 사격통제 레이더는 해체하지 않고 완성품으로 들여왔다.
군 관계자는 "경북 성주골프장 사드 부지 안으로 주한미군의 사드 포대 장비들이 반입됐다"며 "사드 배치가 본격 시작됐다"고 말했다.
사드 1개 포대는 크게 X-밴드 레이더(AN/TPY-2), 발사대(Launcher) 6기, 요격미사일(Interceptors), 발사통제장치(Fire Control) 등 네 가지 장치로 구성된다.
◆ 성주 군민 3명, 사드 반대 집회 중 부상…경찰, 8000여명 배치 도로 통제
성주 군민들은 전날 밤 사드 장비 반입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새벽 "사드배치 반대한다. 미국과 경찰은 물러가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경력 8000여 명을 배치하고 성주골프장으로 통하는 지방도 905호 등을 모두 통제했다. 주민들은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차량 10대 정도로 사드 장비 진입을 막았지만, 경찰은 차량 유리창을 깨고 이를 모두 견인했다.
이 과정에서 원불교 신도와 주민 등 200여 명이 거센 저항을 벌였으며 3명의 주민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오전 4시 40분께 사드 체계를 실은 차량들이 성주골프장으로 진입했다.
주민들은 오전 9시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반입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를 경찰이 불법적으로 막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한미 양국이 환경영향평가나 부대설계, 시설공사 등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일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주한미군 측에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공여하는 절차를 마쳤다.
외교부는 "사드 부지 공여 관련 SOFA 절차가 3월 2일 개시된 이래 시설구역 및 환경분과위의 세부 협의가 최근 완료됨에 따라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합의 건의문 형태로 19일 부지 공여승인을 SOFA 합동위에 요청했고, 이를 한미 합동위원장이 20일 승인함으로써 SOFA 부지 공여 절차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일 외교부가 SOFA에 따라 주한미군과 부지공여 협상을 개시한 지 50일 만이다. 주한미군은 부지공여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성주골프장에 사드 포대를 배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국방부도 당시 "정부는 오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위해 경북 성주군 소재 약 30여 만㎡의 부지를 주한미군에 공여했다"며 "앞으로 한미 양국은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사드체계의 조속한 작전운용 능력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이 이날 새벽 사드 부지 공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사드 장비를 전격 반입한 것은 다음달 9일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등이 사드 배치는 차기 대통령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기 때문이다.
그간 국방부는 사드배치와 관련한 한미 협의 과정 등을 고려할 때 다음 달 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 이전에 장비가 배치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진행중인 사드 배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물리적으로 대선 끝나고 배치된다고 보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일단은 현재 진행되는 상황으로 봐서는 단기간 내에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 대변인은 지난 20일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사드 부지 공여 절차를 완료한 직후에도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 작업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이날 새벽 군사작전을 벗이듯 사드 장비를 전격 배치하면서 국방부의 '대선 후 배치 완료'란 설명은 결국 사드 조기 배치에 대한 반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연막작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