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감독관, 인력부족으로 전체 사업체수의 0.1%만 지도감독 가능
[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여야합의 기다리면 무능한 정부 된다. 노동 개혁은 행정적 차원에서 우선 추진해야한다"
뉴스핌이 5·9 대선을 앞두고 학계와 연구기관 등 전문가 100명(응답률 72%)을 대상으로 문재인·안철수 두 유력후보의 주요공약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많은 전문가들이 정치·금융·사회·복지·노동·외교 등 분야에서 대선 주자들이 새겨들을 만한 전문가다운 제안을 쏟아냈다.
고용·노동 부문에서 눈에 띄는 제안은 '근로감독관을 대거 채용해 노동개혁을 단행하라'는 것이다.
서울 지역의 한 법률 전문가는 현재 국회 여소야대 정국에서 법제도 개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제시했다. 행정이 제대로된 감독을 안해서 발생하는 문제도 많으니, 먼저 정책과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파견법과 기간제법의 개정이나 폐지는 쉽지 않다"면서 "국회에서 십수년간 그렇게 대립하면서 해결되지 않았는데 그걸 기다리면 무능한 정부가 된다. 행정적 차원에서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의 노동감독행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만연한 불법파견 문제와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로감독관을 통해 사내하청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실시해 원청사용자의 작업지시 등 불법파견이 확인되는 경우 정규직화를 하도록 하고,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연장근로·휴일근로를 철저히 단속해 노동시간을 단축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
근로감독관의 사업체 감독실적 <자료=고용노동부> |
근로감독관의 사업장 지도감독시 어려움 <자료=고용노동부> |
현재 정부는 전국 48개 고용노동부 지방노동관서에 1600명의 근로감독관을 두고 있다. 근로감독관 1인이 담당하는 기업수는 1700여개, 근로자수는 1만5000명이다.
근로감독관의 사업장감독실적은 2009년을 정점(2만5505건)으로 최근까지 지속 하락하고 있다. 2014년 감독한 사업체수는 1897개소로 조사대상 전국 사업체수의 0.1%에 불과하다. 일상적인 근로감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관계자는 "근로감독관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이어 "고용부 차원에서 행정자치부에 증원을 요청해놨다. 실무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라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11년간 근로감독관으로 일했다는 한 사무관은 "임금체불 신고사건을 처리하는 업무가 근로감독관 업무의 99%"라고 토로했다. 인력이 없다보니 떼인 임금을 받아주는 것 외에 다른 문제를 손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불법적인 파견근로 같은 경우는 신고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근로자 파견법에 대해 차별을 받을 경우 노동위원회를 통해 당사자만 차별 시정 신청을 할 수 있는데, 본인이 근무하는 동안 차별받는다고 신고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 외에는 "이른바 '무제한 근로시간'으로 이슈가 된 게임업체 등 특별감독사업장을 방문해 감독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방 차원의 사업장 지도감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유력 대선후보들 역시 근로감독관 확대를 공약에 포함시키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근로감독관을 더 뽑아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육아휴직을 막는 사업장을 단속하는 등 일·가정 양립 보장을 위해 근로감독관을 100%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전문가는 더 나아가 근로감독관에 근로시간과 파견, 최저임금 등에 대한 준법감시 역할을 맡겨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부가 행정차원에서 노동시장 왜곡을 방치하고 비호해주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행정차원에서 개혁이 우선 되고, 국민들이 개혁에 대한 지지와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것을 기반으로 파견법과 기간제법의 개정도 추진해나가야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