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첫째, 그는 살인범에게 복수했다. 둘째, 그는 살인을 실행했다. 셋째, 그는 그 과정에서 살해당했다.
배우 고수(39)가 수십가지의 얼굴을 하고 극장가를 찾았다. 신작 ‘석조저택 살인사건’을 통해서다. 지난 9일 개봉한 이 영화는 빌 S. 밸린저의 소설 ‘이와 손톱’(1955)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 해방 후 경성,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뿐인 의문의 살인사건에 최고의 재력가와 정체불명의 운전수가 얽히며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장르 특성상 영화를 접하면서 얻는 정보가 중요하죠. 영화를 끝까지 본 후 그 정보를 짜 맞추는 재미가 있잖아요. 관객의 한사람으로서 저는 ‘석조저택 살인사건’이 때로는 친절하게 또 때로는 불친절하게 느꼈어요. 그게 장점이죠.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야기를 나누기가 힘들지만, 보고 난 후에는 할 이야기가 굉장히 많은 작품이에요.”
극중 고수가 연기한 인물은 정체불명의 운전수 최승만이다. 혈혈단신인 그는 클럽을 전전하며 술에 취한 손님을 태우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재력가 남도진(김주혁)의 눈에 띄고 그의 운전수로 고용된다. 그러나 순진한 얼굴, 초라한 행색 뒤에는 미스터리한 과거가 숨어있다.
“비밀이 많은 인물이라 캐릭터를 만들 때도 촬영할 때도 어려웠어요. 하지만 명확하게 뭘 정해놓지는 않았죠. 처음부터 끝까지 ‘뭐가 진실일까’를 고민하는 영화잖아요. 그래서 저 역시 연기하면서 ‘이건 뭘까?’라는 지점을 가지고 갔죠. 이것저것 다 해보는 과정을 거쳤어요. 마지막에 반전이 나오는 장면에서도 역시나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죠.”
하지만 최승만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그가 유난히 힘들었던 건 따로 있다. 뜻밖에도 마술. 스포일러상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마술은 고수 캐릭터에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손에 익어야 하잖아요. 제가 근데 남을 속이는 거를 잘 못 해요. 게임을 해도 잃는 게 더 편한 성향이죠(웃음). 그래서 나름대로 제게는 마술하는 것조차 도전이었어요. 남을 속여야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많이 연습했어요. 이게 또 카메라에는 다 보이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손에 익게 하려고 노력했죠.”
다양한 부분에서 노력을 기울인 만큼, 또 좋은 연기를 보여준 만큼 흥행에 대한 욕심도 남다를 거라 여겼다. 더욱이 앞서 선보인 작품들의 성적이 저조했던 터. 흥행에 관한 그의 솔직한 생각이 궁금했다.
“모든 게 계획대로 바라는 대로 되면 좋겠죠. 하지만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요. 특히나 전 흥행만 두고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니라고 보죠. 그래서 혹여 작품이 잘 안된다면 그것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그래요. 한두 작품으로 배우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두려움은 없어요.”
고수는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배우로 남느냐”라고 덧붙였다. 그가 흥행보다는 도전에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무게를 두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는 많은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다 좋아요. 멜로, 휴먼, 드라마, 악역 다 좋아요. 또 장난꾸러기 같은 어른, 순수한 동심이 어울리는 캐릭터는 늘 마음속에 있죠. 최근에는 한 톤으로 가는 캐릭터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차기작인 ‘남한산성’이 그렇죠. 또 다른 모습 보여드릴게요.”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