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감찰 지시 하루만 사의 표명
[뉴스핌=김기락 기자] ‘돈봉투 만찬’ 의혹에 휩싸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18일 사의를 표명했다. 두 사람은 검찰 최대 실세인 ‘빅2’로 불리고 있다. 근본적인 재발 방지 등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 지검장은 이날 아침 취재진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감찰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안태근 검찰국장도 “이번 사건에 관하여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현 상황에서 공직 수행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사의를 표명하고자 한다”며 “사의 표명과 무관하게, 앞으로 진행될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사의 표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의혹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감찰을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뉴시스] |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한 이 지검장은 수사 발표 후 지난달 21일 안 국장, 노승권 차장검사 등과 함께 서울 서초동 한 음식점에서 저녁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검찰과 법무부 간부들끼리 돈봉투가 오갔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과 법무부에 감찰을 지시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달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우 전 수석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저녁 자리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돈이 오간 의혹도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 국장은 우 전 수석이 수사 의뢰된 지난해 8월 이후 그와 100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19기로 동기이다.
법조계에서는 문 대통령 지시에 대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법 라인 청산 ▲법무부와 검찰의 적폐 청산 ▲공직 사회 기강 잡기 등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공약 중 하나인 공수처 신설 등 추진도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영렬 지검장과 안태근 국장 사의는 문 대통령 감찰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법무부와 검찰 등 대한민국 사법 윤리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정부가 추진 중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 개혁에 두 사람이 불을 지핀 꼴”이라며 “사의 만으로 책임질 수 없을 것이다. 정부 역시 재발 방지 등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신임 민정·인사·홍보수석비서관, 총무비서관과 오찬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뉴시스] |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