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일 '서울로 7017' 개장
[뉴스핌=이보람 기자] 3년의 공사 끝에 베일을 벗은 '서울로7017'을 찾은 시민들이 더운 날씨에 그늘과 편의시설 부족으로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민들이 서울로에서 숭례문 등 주변을 감상하고 있다. |
서울시는 20일 오전 10시 '서울로7017'을 시민들에게 정식 개방했다.
서울로7017 프로젝트는 노후된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보행로로 바꿔 도심 속 시민들의 쉼터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를 벤치마킹했다.
지하철 서울역 내부에서 서울로가 표기된 표지판. |
이날 서울로7017의 중심지역인 서울역 인근 서울로에는 개방 직후부터 휴일을 맞은 시민들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하지만 시민들은 서울역 안에서부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서울로 방향 출구를 찾았지만 서울로가 표시된 표지판은 한 곳뿐이었다. 서울로 관련 그림 전시를 보며 서울로 방향 출구를 추측해야 했다.
서울로로 올라가자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걸으면서 어깨를 부딪히는 일은 부지기수였다.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편의시설도 많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서울로7017'이 개장 첫 날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
4살 딸을 둔 이수형(남·39세)씨는 "그늘이 너무 없다. 아이가 덥다고 하는데 뙤약볕에 유모차를 세워두고 더위를 식힐 수밖에 없었다"며 "다신 안 올 것"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실제 서울로에서는 이날 정오께 기온이 27도 가까이 올라가고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면서 앉을 자리를 찾는 시민들이 많았다. 특히 가족단위로 어린 아이나 노약자와 함께 온 시민들이 많아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들렸다.
곳곳에 설치된 그늘막 아래서 쉬고 있는 시민들. |
곳곳에 햇빛을 가릴 수 있는 그늘막이 설치돼 있긴 하지만 그 아래 앉을 자리는 많지 않았다. 한 사람이 일어나면 금세 자리가 메워졌다.
서울로 내 주전부리를 살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만들어졌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아 이마저도 이용이 불가능했다.
이처럼 쉴 공간이 없어 서울로 나들이를 마치고 서울역 인근 서울스퀘어 카페로 들어가는 시민들도 많았다. 근처 카페는 서울로 나들이를 나온 손님들로 가득 찼다.
시설이 미비한 부분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족욕을 할 수 있어 개장 직후 시민들의 인기를 끌었던 '공중자연쉼터'는 오후들어 갑작스레 운영을 멈췄다. 한 직원은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오늘은 운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로7017' 곳곳에서 시설이 완비되지 않은 모습이 관측됐다. 족욕을 할 수 있는 공중정원 쉼터 역시 개장 직후 잠깐동안 운영된 뒤 물 공급 문제로 운영을 중단했다. |
'서울로7017' 내 엘리베이터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
몸이 불편한 시민을 위한 엘리베이터 역시 여전히 공사 중인 곳이 많았다. 이 때문에 다리가 불편해 긴 거리를 돌아갈 수 없어 서울로 구경을 포기한 시민도 있었다. 김정현(남·22세)씨는 "서울역 올 일이 있어서 온 김에 구경하려고 왔다"며 "다리를 다쳐서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없는데 엘리베이터가 안되니 다음에 다시 와야 겠다"고 말했다.
20일 시민들이 '서울로7017'을 찾아 꽃을 감상하고 있다. |
물론 긍정적 반응을 보인 시민들도 많았다. 연인과 함께 서울로를 찾은 김진경(여·30세)씨는 "위험하고 노후된 고가도로가 없어지고 꽃과 나무가 가득한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생겨서 훨씬 보기 좋다"며 "서울 한 복판 빌딩들 사이에서 푸른 공간을 보니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고 반색했다.
서울로 곳곳에 이어지는 원형화분 645개에는 총 50과 228종 2만4000주의 다양한 수목이 식재돼 있다. 서울로를 걸으며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옛 서울역과 숭례문을 서울로에서 볼 수 있어 아름답다는 시민도 있었다. 이지연(여·41세)씨는 "낮에는 햇볕을 쬐고 밤에는 숭례문과 서울역 야경을 보면 좋을 것 같다"며 "다양한 행사를 구경한 뒤 야경도 보고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