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한순간에 도장을 찍는 거라 긴장이 많이 되면서도 그 순간을 오래 느끼고 싶었죠. 찰나의 행동이 큰 영향을 미치는 거라 많은 생각도 들었고요. 도장이 무겁게 느껴졌어요.”
생애 첫 투표였다. 지난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소감을 묻자 꽤 진지한 답변이 나왔다. 이어 앞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전하던 그는 문득 그 순간 ‘대립군’ 속 광해가 생각났다고 덧붙였다.
배우 여진구(20)가 신작 ‘대립군’으로 극장가를 찾았다. 31일 개봉한 이 영화는 임진왜란 당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분조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의 이야기를 다뤘다. 여진구는 광해로 이야기의 중심에 섰다.
“제 연기만 보자면 아쉬움이 남아요. 그동안 사극을 많이 했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어요. 물론 사극을 많이 한 게 해가 됐다는 건 아니에요. 아무래도 여러 번 했으니 (사극이) 제게 익숙할 수 있는 장르잖아요. 하지만 새로 하는듯한 느낌으로 연기했죠. 사극 톤도 최대한 버리고 안 쓰려고 노력했고요.”
감독의 조언이 컸다. 메가폰을 잡은 정윤철 감독은 광해라는 인물과 그 업적에 주안점을 두지 말라고 했다. 이에 여진구는 광해를 용과 어울리지 않는, 오히려 이를 벗고 싶어하는 인물로 그리려 애썼다.
“광해는 영화, 드라마에서 주기적으로 다뤄진 인물이라 처음에는 차별점을 찾았어요. 근데 감독님께서 광해에 포커스를 두지 말라고 하셨죠. 그래서 오히려 용과 어울리지 않는, 굉장히 지질하고 부족한 모습에 주안점을 뒀어요. 제가 주가 돼서 열변을 토하는 게 아니라 주위를 통해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죠.”
여진구는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 방법에도 변화를 줬다. 최대한 힘을 빼고 캐릭터를 표현한 것. 덕분에 연기에 임하는 태도 자체도 달랐다는 그는 “‘대립군’이 빨리 개봉해서 관객들의 평을 듣고 싶다. 궁금하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고 말했다.
“건방진 말일 수도 있지만, 중학교 때까지는 별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연기가 재밌고 좋았죠. 그래서 연기가 편하게 나왔어요. 하지만 최근 제 연기는 꽉 막힌 느낌이었죠. 의욕만 넘치는 거예요. 그래서 꽤 많이 고민했어요. ‘내 연기는 왜 이렇게 힘이 들어갈까?’ 하고. 돌아가고 싶었죠. 그래서 이번 작품은 욕심이 많이 생겼지만, 최대한 숨기고 편하게 다가가려 했어요.”
이 말이 예전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진구는 그게 뭐든 돌아가는 것은 ‘퇴보’라고 했다. 그저 그때의 마음가짐만 간직한 채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나갈 생각이다.
“그때 모습을 잃지 않고 잘 해내 가야죠. 그동안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욕심만 가득해져서 하나의 막이 형성됐죠. 그걸 ‘대립군’으로 깨고 싶었던 거고요. 지금은 도전을 많이 하고 싶어요. 그래야 하는 시기죠. 전작과 비슷한 감정선을 다르게 연기하기에 제가 아직 부족하고 서툴기도 하고요. 영역을 넓히는 데 집중해야죠.”
차기작은 장준환 감독의 신작 ‘1987’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분수령이었던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로 여진구는 박종철 열사 역으로 특별 출연한다.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먼저 찾아주셨어요. 근데 박종철 열사를 연기할지는 몰랐어요. 처음에는 너무 놀랐어요. 그러고 나서는 많은 생각이 들었고요. 적어도 박종철 열사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았죠. 현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상황에만 몰입하려고 했고요. 분에 겨운 역할이라 너무 영광이고 감회가 새로웠어요.”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