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도입에 재무건전성 비상...지점 통폐합 급물살
[뉴스핌=김은빈 기자] 한때 8000개에 육박했던 보험회사 지점이 올해 6500개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영업지점 슬림화 바람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영향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점포 수는 지난 2월 말 현재 6727개다. 이는 4년 만에 1000개 이상 줄어든 수치다. 2013년 7861개로 8000개에 육박했던 보험사 점포는 2014년 7587개, 2015년 7057개로 줄었다. 매년 500개 내외가 없어진 것.
2016년엔 6955개로 7000개 선이 무너졌다. 올해들어 2개월만에 123개의 지점이 사라졌다.
이 같은 추세대로면 올해도 500개 이상의 보험사 점포가 줄어 전체적인 숫자가 6500개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흥국생명은 지난 12일 현재 140개인 지점을 80개로 축소하는 ‘지점 효율화 전략’을 발표했다. 오프라인 지점을 줄이는 대신 온라인 등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흥국생명의 RBC 비율은 3월 말 기준 148.5%로 금감원 권고기준 150%에 미달한다.
RBC 비율 124.35%로 업계 최하위인 KDB생명보험도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점 축소,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KDB생명의 지점 수는 흥국생명보다 많은 178개(3월 말 기준)이다.
손해보험사 중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초 대형지점 전략을 도입하면서 221개의 영업기점을 102개로 줄였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6% 가량 성장하면서 이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다른 보험사들도 지점 통폐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형사들도 지점 통폐합 바람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형사들 역시 추세적으로 지점을 줄이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2013년 3월 말 974개이던 지점을 최근(3월 말) 729개로 4년 간 약 200여개 가량이 줄였다.
보험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사 등 다른 금융업권에서도 지점은 지속적으로 없어지고 있다. 6대 시중은행은 최근 4년간 지점 600여 곳을 없앴다.
보험 은행 증권사가 지점을 줄이는 공통적인 이유는 저금리·저성장 기조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야하는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셈이다.
보험사는 여기에 독립법인대리점(GA)이 성장하면서 판매채널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오는 2020년 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은 재무건전성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당분간 지점 축소 바람은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영업환경 악화에 판매채널 다변화가 맞물리면서 지점이나 영업소가 줄어드는 추세인 건 사실”이라며 “보험은 물론 은행도 온라인이 더 활성화되면서 지점의 필요성도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 지점은 고객서비스를 위한 곳이며 보험 지점은 영업을 위한 곳”이라며 “다만 보험사들도 사무실 임대료 등의 비용을 축소하기 위해 갈수록 지점을 줄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지점도 효율성 중심으로 대형지점으로 통폐합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