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먹고 집단 발병 해외 사례 多
기각한 경우도 있어 관련성 입증이 관건
[뉴스핌=박미리 기자] 4살 여아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뒤 '햄버거 병'에 걸려 하루 10시간씩 복막투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햄버거 병은 '용혈성요독증후군(HUS·Hemolytic Uremic Syndrome)'을 가리키는 말이다. 감염 경로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장균, 이질 등 세균 독소, 화학 물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감염된 환자는 흔히 혈변이 섞인 설사, 구토 등 위장관 증상을 시작으로 발열 등의 선행 질환이 나타난 뒤 3~10일이 지나고 급격한 용혈이 생기면서 창백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상황이 심각해지면 혈소판 감소증, 급성 신부전 등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설사를 동반하는 전형적인 HUS는 대장균 장염 환자의 5~15%에서 발생한다.
유아나 노인 등 환자에게 많이 나타나며 대부분 덜 익은 쇠고기, 살균되지 않은 우유 등을 먹고 발병한다고 한다. O-157 등 대장균이 독소를 분비, 장을 통해 혈액으로 들어가 신장에 전달되고 급성신장 손상이 일어난다.
또 용혈성요독증후군 환자의 절반은 신장기능 손상을 완벽히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장기능을 회복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투석을 받아야 한다. 사망률은 발생환자의 5~10% 수준이다.
'햄버거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해외에서 햄버거를 먹은 사람들에게 HUS가 집단 발병한 사례가 수차례 나왔기 때문이다. 1982년 미국 오리건주와 미시간주, 1983년 캐나다, 1993년 미국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것은 1993년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인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의 쇠고기 패티를 먹은 10세 미만 아동들이 HUS 등에 감염되면서다. 4명이 사망하고 178명이 신장과 뇌손상 등의 질병을 앓으면서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들은 잭 인 더 박스에 소송을 제기했고, 회사는 합의금을 전달했다. 당시 잭 인 더 박스가 합의금으로만 5000만달러 이상을 썼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잭 인 더 박스가 발병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법원이 기각한 경우도 있다. 2006년에는 미국 50대 여성이 대장균에 노출된 치즈버거를 먹고 햄버거병에 걸렸다며, 패스트푸드 업체인 '웬디스'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미국 연방법원은 뚜렷한 원인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기각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도 맥도날드 햄버거 패티와 HUS 발병의 인과 관계를 어떻게 입증하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가족은 한국맥도날드를 상대로 지난 5일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현재 한국맥도날드는 "당일 해당 매장에서 같은 제품이 300여개 판매됐지만 제품 이상이나 건강 이상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다"며 "해당고객은 발병 원인으로 수입 쇠고기를 언급했지만, 고객이 먹은 제품의 원재료는 국산 돈육이고 내장 등이 전혀 포함돼있지 않다"고 관련 여부에 선을 긋고 있다.
피해자 측은 "딸(A양)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2~3시간 뒤 복통을 호소했고,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올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져 사흘 후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며 "출혈성 장염에 이은 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을 받았다"고 맞서고 있다. A양은 신장의 90%를 잃고, 하루 10시간씩 복막투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박미리 기자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