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국 6100개 영상 확보..매월 평균 5만명 사용
히말라야 가상여행도..."100개국 데이터 구축할 것"
[ 뉴스핌=성상우 기자 ] 수많은 스마트폰용 지도 및 길찾기 서비스가 나왔지만 청소년·노인 등 일부 이용자들에게 2차원(2D) 지도로 길을 찾기는 여전히 어렵다. 스마트폰 지도가 꽤 익숙한 이용자들도 길이 복잡한 곳에선 건물들 사이에서 헤매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엔 3차원(3D) 내비게이션 서비스도 나왔지만 지도가 익숙치 않은 이용자들에게 '실제의 길'을 그대로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
스타트업 '앨리스원더랩'이 제공하는 동영상 지도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앨리스맵'은 이들의 불편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2D 지도를 어려움없이 활용하던 이용자들도 더 현실감있고 직관적인 길찾기 서비스를 접할 수 있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앨리스맵'의 지도에 표시된 영역 중 길을 찾고 싶은 장소를 터치하면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이용자는 이 화면에 나오는 '실제 길'을 보고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현재 앨리스맵의 동영상 지도는 여행지 및 관광지를 중심으로 구축하고 있다. 여행객들이 주요 관광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동영상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의 익선동 거리부터 암스테르담 왕궁(Royal Palace of Amsterdam) 거리까지 전 세계 곳곳의 관광지 거리 정보를 담았다.
이 동영상 데이터들은 '크라우드소싱' 형태로 수집한다. 이용자들이 촬영한 영상을 자발적으로 업로드하면 일정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업체 직원들이 직접 찾아가 촬영하고 수집하는 방식에 비해 데이터 확보 속도가 빠르고 양도 방대하다. 서울 중구에 소재한 직원 6명의 회사가 영국 런던의 길거리 영상을 확보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창업자인 김지환 앨리스원더랩 대표는 "국내와 해외의 주요 여행지를 중심으로 영상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는 중"이라며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지의 영상 지도를 시작으로 일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 길거리 영상 지도까지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창업은 LG전자에서 시작됐다. 입사한 지 6개월만에 미래 먹거리 기술을 제시하는 태스크포스(TF)팀에 '아이디어 맨'으로 차출된 것. 이 팀에서 400개 이상의 특허를 발원하며 'LG전자 발명왕'으로 불리던 그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스타트업이 탄생하는 사례들을 지켜보며 창업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LG전자를 나온 직후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퓨처플레이'에서 창업을 시작했다. 퓨처플레이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1기에 합류한 김 대표는 창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숙박정보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호스트들로부터 '동영상 지도'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대부분의 호스트들이 방문객들이 숙소를 제대로 찾을 수 있도록 자체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곧바로 호스트들의 모임을 방문해 조언을 구하고 아이디어 교환을 거친 김 대표는 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다고 확신, 지난 2015년 5월 법인을 설립했다.
1년여의 맵핑(Mapping; 영상과 지도의 위치·시점 등을 일치시키는 과정) 기술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해 5월부터 에이비앤비 호스트들에게 영상 지도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공급했다. 올해부턴 국내최대 숙박예약 앱 '야놀자'와 여행 컨시어지 플랫폼 '레드타이버틀러'에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출시한 '앨리스맵'을 통해 여행지를 중심으로 한 동영상 지도 데이터를 서비스했다. 서비스 대상 고객군을 본격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외 주요 여행지들은 여행객들로부터 영상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용이해 크라우드소싱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서비스 출시 후 8개월 간 수집한 영상 데이터는 전 세계 23개국에 걸쳐 6100여개 규모다. 거리로 환산하면 2200km에 달한다. 매월 평균 5만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데이터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이 데이터를 가공해 타기업에 판매하는 것이 김 대표가 구상 중인 수익 모델이다. 이 판매금액으로 영상을 제공하는 이용자들에게 본격적인 보상을 제공하고 이는 또다른 이용자들의 영상 제공과 추가 판매로 이어지는 순환 사이클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확보한 데이터 규모는 매월 평균 65%의 성장률을 보이는 중"이라며 "광고는 일단 제외하고 데이터 판매와 영상 제공 이용자에 대한 보상 체계부터 확립할 계획이다. 빠르면 내년 말 완성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달부터 중장기 목표인 '글로벌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히말라야, 마추픽추, 앙코르와트 등 전 세계 모든 주요 여행지의 영상 지도 데이터를 완벽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직접 해당 지역을 방문, 현지 가이드 등으로부터 영상 공급 채널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지에서의 지도 서비스 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에겐 현지 도보 여행 여정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으로 '가상 여행' 서비스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눈 쌓인 거리의 모습 등 계절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국내에선 거리의 소상공인이 판매하는 제품 정보를 삽입해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방식도 구상하고 있다.
'앨리스맵' 이용 화면 <사진=앨리스원더랩 홈페이지> |
김 대표는 앨리스맵이 채택한 '사용자 참여 방식'의 힘이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보상 체계가 확립되면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영상 데이터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현지의 영상 제공자들을 한발 앞서 확보해 선점효과도 누린다는 전략이다.
그는 "5년뒤 100개 국가에 걸쳐 5000만km의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여행객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는 동남아를 비롯, 유럽과 제3세계 주요 여행지의 영상 지도를 선점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성상우 기자 (swse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