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성당 찾아 수험생 자녀 위해 기도
단순한 기원 넘어 '불안 해소' 목적도
[뉴스핌=심하늬 기자] “둘째 아들 수능 시험 응원은 제대로 해주고 싶어서 왔어요” 수험생인 고3 둘째 아들의 수능 성공을 기원하러 조계사를 찾은 오경아 씨. 그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지난 7일 서울 조계사에서 오 씨는 1시간 30분 동안 아들을 생각하며 절을 쉼 없이 했다. 자신의 몸이 더 고됐음에도 불구하고,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아들 생각에 오히려 눈물을 글썽였다. 수능 성적이 상위권인 아들이 바뀐 입시제도 하에서 오히려 피해를 볼까봐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는 “무더위에 건강하고 엄마도 더위를 무릅쓰고 매일 여기 오듯 너도 열심히 하라고 아들에게 당부했다”며 “기도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긍정적 기운을 받는다”며 기도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3도.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지만 무더운 여름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열정도 꺾일 줄 몰랐다.
수능 D-101. 수험생을 위해 111일 화엄성중기도 중인 조계사 대웅전의 풍경. 심하늬 수습기자 |
조계사의 대웅전에는 400여명의 학부모들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수험생 자녀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일부 어머니들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108배를 끊임없이 하고 있었고, 다른 어머니들은 두 눈을 감고 자식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이들은 수험생 자녀를 위한 ‘111일 화엄성중기도’ 중이었다. 이 기도는 이미 지난 7월 28일에 시작했다. 수능 100일 전이 아닌 최고를 나타내는 ‘1’이 세 개 이어진 길일, 111일 전부터다.
조계사 관계자는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하루빨리 기도를 시작하길 원한다”며 2~3년 전부터 이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기도는 매일 낮 2시부터 1시간 30여 분가량 진행된다. 학부모들은 쉬지 않고 앉았다 일어서며 기도한다. 기도가 끝난 후에는 한 명 한 명의 축원도 이어진다.
공식 일정이 끝난 후에도 20~30분씩 남아 자율적으로 기도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그들은 혹시나 정성이 부족할까 봐 자식을 위한 기도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조계사의 수험생 기도인 '111일 화엄성중기도'는 7월 28일부터 수능 전날인 11월 15일까지 계속된다. 심하늬 수습기자 |
세 딸을 둬 수험생 기도가 세번째라는 심옥경 씨는 “먼저 대학에 진학한 두 딸이 기도하는 엄마 생각에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엄마가 자기를 위해 기도한다는 사실이 아이에게 의지가 된다”며 “몸은 힘든데 아이들은 나보다 더 힘들게 공부하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킹맘’ 수험생 엄마도 있었다. 이향숙 씨는 재수생 딸을 위해 쉬는 날 짬을 내 조계사를 방문했다.
이씨는 틈날 때마다 조계사를 찾아 딸이 원하는 과를 갈 수 있도록 기도한다. 이씨는 “남편은 딸을 위해 집에서 사경(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불경을 필사하는 것)하고 있다”며 “온 가족이 딸을 위해 마음을 모은다”고 전했다.
성당 사무처가 쉬는 월요일, 명동 성당은 다른 날보다 한산했다. 하지만 오전 10시 지하 성당 미사에는 빈자리가 없을 만큼,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7일 오전 미사를 마친 후 자율적으로 기도하고 있는 명동 성당 신도들. 심하늬 수습기자 |
미사가 끝난 후 본당에는 몇몇 신도들이 기도하러 모였다. 꼭 감은 두 눈과 마주 잡은 두 손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명동 성당에서 만난 전하진 씨는 새벽마다 집 근처 성당을 찾아 기도하고 있다. 전씨가 다니는 성당에는 공식적인 ‘수능 100일 기도’ 프로그램은 없지만,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끼리 자율적으로 모여 기도한다. 수능일이 가까워지면 신부님이 수험생과 학부모를 불러 함께 기도한다.
전씨는 “딸이 잘되길 바라며 열심히 기도한다”며 “20명 전후의 수험생 학부모가 거의 매일 고정적으로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 시험을 앞두고 이같은 ‘기도 열기’에 한 종교단체 관계자는 “수험생 자녀를 위하는 마음이 가장 크겠지만, 부모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는 측면도 큰 것 같다”며 “종교가 마음에 안정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심하늬 기자 (merongy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