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 삼성 vs '규모'의 미래에셋 vs '차별화' 신한
[뉴스핌=조인영 기자] 15조 규모의 연기금투자풀 주간 운용사 선정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20년 장기집권을 노리는 삼성과 이에 도전하는 미래에셋·신한의 3파전이 예상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신한비앤피파리바자산운용 모두 새 모멘텀을 주장하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물론 지난 16년 업력과 안전성을 갖춘 삼성의 방어력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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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조달청은 나라장터에 '2017년도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 선정 공고를 냈다. 제안서 평가일정은 내달 8일으로, 이날 각각의 프레젠테이션(PT) 후 차기 주간운용사가 확정된다.
연기금투자풀은 4대 연금 외에 개별 연기금들의 운용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난 2001년 12월 도입됐다. 2001년부터 삼성이 단독으로 주간해오다 2013년부터 복수운용체제로 바뀌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합세했다. 규모는 각각 15조, 5조원이다.
삼성운용의 위탁기간(4년)이 올해를 끝으로 종료되면서 15조원 규모의 주인을 다시 찾게 됐다. 유력한 곳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3곳. 이들은 약 64개의 공공기금 운용사를 총괄하는 '간판' 운용사의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들 3곳은 각각의 강점을 내세우면서도 사안별로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다. 올해부터 반영되는 평가기준에 대해선 삼성과 미래에셋의 입장이 비슷한 반면, 주간운용사 타이틀 교체에 대해선 미래에셋과 신한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올해부터 자회사 실적을 반영하는 평가기준 도입으로 업계는 삼성과 미래에셋이 유리해졌다고 본다. 자회사를 가진 곳은 삼성과 미래에셋 2곳이다.
주간운용사 선정기준은 재무안정성과 운용자산, 인적자원, 운용성과 등 회사 전체를 따지는 정량평가와 운용보수율, 투자풀펀드 관리능력, 기금지원방안 등 제도와 준비정도를 보는 정성평가로 나뉜다. 여기서 자회사 실적을 모회사와 합산하는 정량평가가 올해부터 추가됐다.
정성평가에 큰 차등을 두지 않는 조달청 내부규정상 정량평가로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올해 초 삼성은 삼성액티브자산운용·삼성헤지자산운용 등 2곳을 자회사로 분리했고, 미래에셋은 지난해 4월 KDB자산운용(현 멀티에셋자산운용)을 인수했다. 자회사가 없는 신한은 외형에서 양사보다 밀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삼성과 미래에셋은 자회사 실적 반영으로 인한 실익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기존 부서를 자회사로 나눈 것이어서 큰 수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운용 연기금투자풀 관계자는 "기존 조직을 자회사로 떼낸 것"이라며 "자회사 실적 반영으로 마이너스 요소가 사라진 것일 뿐 플러스 요인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도 지난해 4월 편입된 실적부터 반영되기 때문에 성과지속성(평가기준)면에서 수혜를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반면 삼성의 20년 연속 장기집권에 대해선 미래에셋과 신한 모두 반대입장을 보인다. 미래에셋은 주식, 채권, MMF(머니마켓펀드) 위주 투자로 수익성이 약했던 수익구조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엔 국내 가장 큰 자산운용사로서, 해외법인도 10여 곳 이상 보유한 자사 운용능력이 가장 적합하다는 논리다.
신한BNP파리바도 약 90조원을 운영하는 조인트벤처인 '멀티에셋솔루션(유럽BNP파리바 계열사)'과 협업해 양사가 구축해온 IT시스템·운용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자산운용 펀드와 기금 관리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5번째 주간운용사에 도전하는 삼성은 안정성과 전문성을 내세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연기금투자풀 시스템이나 운용체계 프로세스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전문성이 큰 강점"이라며 장기 주간운용사의 입지를 굳히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