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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선고 D-7] 독대의 재구성…"청탁·뇌물 없었다"

기사입력 : 2017년08월18일 15:44

최종수정 : 2017년08월18일 15:44

<2> 이재용 부회장 "삼성 현안 말할 분위기 아니었다" 진술
안종범 수첩·말씀자료에도 청탁 입증 증거 없어

[뉴스핌=최유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3차례 단독 면담 때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에서 출발한다. 삼성에서 미르·K스포츠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준 돈이 뇌물로 인정되려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청탁이 오갔어야 하기 때문이다.

독대 내용을 풀 열쇠는 대화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다. 독대 자리에 다른 사람은 배석하지 않아 두 사람만이 당시 상황을 정확히 진술할 수 있다.

먼서 이 부회장은 독대 당시 청탁은 커녕 무언가를 부탁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1차 독대는 5분 만에 끝났고, 2·3차 독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 지원과 JTBC 보도를 문제삼으며 이 부회장을 질책했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 진술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1차 독대를 가진 2014년 9월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행사에서 "승마협회를 삼성이 맡아달라. 올림픽에 대비해 승마선수들에게 좋은 말도 사주고 전지훈련도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후 2015년 7월 25일 2차 독대에선 "삼성이 승마협회 운영을 제대로 안 한다"고 질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3차 독대 때도 이어졌다. 2016년 2월 15일 박 전 대통령은 JTBC 얘기를 꺼내며 "나에 대해 험담하는 거 모를 줄 아느냐. 삼성이 줄대기 하는 것 아니냐"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 부회장은 "승마협회건으로 질책받았을 때는 당혹스러웠고 3차 독대는 솔직히 두려웠다"며 "회사 현안 등을 말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당시를 묘사했다.

그룹 현안에 대한 청탁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이를 대가로 정유라씨 승마 지원을 약속한 적도 없다고 이 부회장은 말했다. 승마협회 얘기가 나왔지만 당시 정씨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대통령의 질책을 정씨 지원과 연관지어 생각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대화의 또 다른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은 증언대에 서지 않았다. 특검이 3차례나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이를 모두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부회장의 진술에만 의존해 혐의를 입증해야하는 셈이다.

독대 이후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적었다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의 수첩이나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독대 전후 보고한 대통령 말씀자료도 부정한 청탁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없었다.

안종범 수첩에는 청탁의 핵심 내용인 경영권 승계, 최순실, 정유라 등의 단어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삼성 엘리엇 대책', 'M&A(인수·합병) 활성화 전개' 등의 단어가 적혀있지만 청탁을 입증할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받아쓴 것이지 지시 사항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삼성물산 합병이나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과 관련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 대통령은 여러 행사에서 만난 기업인들에게 여러 현안을 듣고 필요한 지원 방안을 지시하기도 한다"면서 삼성의 독대가 다른 기업과 다를 게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 전 비서관도 2차 독대 때 '삼성합병 관련 말씀 자료'에 대한 대화가 오갔는지를 묻는 질문에 "독대에서 참고 자료를 언급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결국 독대에서 부정한 청탁이 오갔는지 여부를 입증할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세 차례 단독 면담에서 대통령은 한 번도 정유라를 언급한 적이 없다"며 "이는 결국 정유라 승마지원이 대통령의 요청 사항이 아니었던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특검의 주장은 근거가 모호하며 이 부회장은 대통령에게 단 1%도 청탁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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