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심사에서 증액하려면 반드시 기재부 동의 필요
SOC예산 대폭 삭감에 의원들 '쪽지예산' 난무 관측
'지출구조저정 확고' 김동연 부총리, 의원 증액 요구 버텨낼지 주목
[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는 2018년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가면서 ‘김동연 파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확정한 예산 429조원에 대한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분출할 ‘의원들의 민원’을 예산 총책임자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마나 막아낼지 주목받는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년 예산안과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정부는 지난 29일 ‘2018년 예산’ 정부안을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예산안은 9월1일 국회에 제출돼 예산심의를 거친 최종 수정안이 국회 표결을 통해 확정된다.
정부 예산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변화를 거친다. 정부안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지만, 항목별로 증감이 불가피하다. 전체적으로는 정부안보다 소폭 줄어든 범위에서 수정안이 의결되지만 세부적으로는 항목별로 예산 증감이 다양하게 이뤄진다.
특히 해마다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불거지는 것은 ‘쪽지예산’이다. 예산심사는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 해결도 발동되는 시기인 만큼 지역구 예산 등을 타내기 위한 의원들의 노력도 만만치 않다.
이번 심사에서도 이 같은 의원들의 민원 발동이 여러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무엇보다 올해 예산안은 의원들의 지역 현안과 밀접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지출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대폭 삭감돼 예산당국을 상대로 한 의원들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2018년 예산안에서 도로건설 등 SOC 예산은 2017년보다 17.7%(4조4000억원) 줄었다.
전체 SOC 예산 17조7000억원 중 국토교통관련 예산이 14조7000억원으로 80% 이상이다. 기재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SOC 예산을 향후 5년간 약 5조9000억원 줄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기재부가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한 이유는 다리나 도로 등을 건설하는 데 예산을 써봤자 고용창출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을 일자리 창출이나 복지 등 소득주도성장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SOC 예산은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에게는 ‘민감한 문제’다. ‘우리 동네에 도로를 뚫어달라‘, ’우리 동네로 도로가 돌아오게 해 달라‘ 등 민원 처리 여부에 따라 ’의원님 파워‘를 보여줄 수 있고 다음 선거 당선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산심사철만 되면 비공개 진행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 심사도중 지역구 의원들이 소위 위원들에게 지역민원을 전달하는 ‘쪽지예산’이 난무하면서 SOC 예산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4년간 SOC 예산은 국회에서 정부안보다 4000억원씩 늘었다. 정부는 2017년의 경우 SOC 예산으로 21조8000억원을 당초에 책정했으나 국회에서 3000억원 증가한 22조1000억원으로 최종 낙점됐다.
결국 올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기재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심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국회에서 줄이는 것은 제한이 없지만, 증액을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헌법 제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원이 예산안 증액을 요구할 경우 반드시 정부, 특히 예산권을 가진 기재부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이번 정부 예산안 확정 과정에서는 ‘지출구조조정’이 강조돼 향후 김동연 부총리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 부총리는 내년에 늘어난 예산만큼 SOC 예산 등 불필요한 항목을 줄이는 지출예산 구조조정을 11조5000억원 규모로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정책 결정과정에서 정치권 출신 장관과 국회 등으로부터 김동연 부총리가 다소 소외받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번 예산안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김 부총리의 파워가 각인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부총리가 정치권과 정치인 출신 실세장관 등에 밀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소리도 나온 게 사실”이라며 “의원들의 예산안 증액 시도 과정에서 경제부총리의 위상을 보여줄지,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이 공허한 메아리가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