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예비엔날레 <사진=뉴시스> |
[뉴스핌=이현경 기자] 손으로 만드는 예술품이 시민들 속으로 훅 들어왔다. 축제의 계절인 가을, 도심에서는 공예품을 선보이는 잔치가 성대하게 펼쳐지고 있다. 서울 종로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그리고 청주의 옛청주연초제조창에서는 공예의 아름다움이 피어오르고 있다. 이곳에서는 공예산업의 부흥을 위해 각 축제와 전시, 박람회를 열어 대중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 있다.
공예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한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지난 13일부터 오는 10월22일까지 옛청주연초제조창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10회째다. 이전과 다르게 1인 총감독 체제 대신 지역 예술계 건축, 공연, 문학, 미디어, 미술, 영화 부분의 예술인 11명이 공동 감독직을 맡아 비엔날레를 기획했다. 이외에도 공예와 미디어 아티스트의 만남으로 탄생한 아름다움의 재해석, 무용과 공예가 만난 행위예술의 만남 공연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KCDF)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개관 첫 공예전을 열었다. 전시는 ‘공예희락-우리가 공예를 즐기는 방법’으로 공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야기로 구성했다. 유리, 한지, 채상, 도자 공예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리로 담아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시가 등이 마련됐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는 21일부터 27일까지 디자인위크가 열린다. 그중 ‘공예디자인박람회’는 ‘은밀한 공예’라는 이름으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변기도 공예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풀어 상상화장실 전시를 비롯해 인색 욕실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80여개의 공예숍 박람회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욕실과 관련한 공예품들이다. 디자인 공예프리마켓도 운영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수공예품의 우수성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기획된 마켓이다. 리빙 공예품들이 줄지어 서 있다.
디자인위크 '은밀한 공예' 전시장에 들어선 80개의 공예 업체 <사진=이현경 기자> |
공예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과 서울디자인재단은 총력을 다하고 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공예산업을 알리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은밀한 공예’를 총괄 기획한 감독 제이쓴은 “공예는 우리 생활에서 사용되는 물건을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이다. 공예의 의미는 오래된 예술품에만 한정 짓지 않으려 한다.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드는 것을 모두 공예에 포함하고 있다. 이번 디자인위크의 전시가 공예의 가치, 재미를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은 최근 공예 공간을 재정비했다. 최근 KCDF 갤러리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아카이빙 시설도 새로 꾸렸다. 공예와 관련한 도서가 한 자리에 놓여 있고, 그 옆에는 금속, 도기, 섬유, 유리 등의 소재가 한눈에 다 볼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어 알아보기에 편리하다.
더불어 개관 전시인 ‘공예희락-우리가 공예를 즐기는 방법’을 통해 공예가 대중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KCDF 관계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을 공예품으로 대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이번 전시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식당에서 플라스틱이나 양철그릇 대신 공예가가 만든 그릇에 밥을 먹은 시민들의 놀라운 반응을 담은 영상이 전시에서 공개된다.
또 그는 공예품이 현대적인 생활공간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KCDF 관계자는 “부엌, 침실, 정원 등 현대적인 공간과 공예품이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걸 깨달을 거다. 또, 직접 써보고 싶은 생각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CDF 갤러리에 마련된 아카이빙 센터 <사진=이현경 기자> |
공예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이도 있을 거다.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관계자는 공예(craft, technology)에 대해 시각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고 전했다. 자연소재를 써 손으로 만든 작품을 일컫기도 하고, 기계를 사용했어도 사람의 손이 닿은 부분이 있으면 그 역시 공예가 될 수 있다. 현재 공예는 과거에 내려오던 관념(장인)에서 디자인의 의미로 확장되고 있다. 대량생산되는 산업디자인과 다른 점이라면, 작가의 생각과 터치가 가미된 개성적인 작품이라는 것이다.
대중 역시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고 작가의 개성이 살아있는 작품을 선호한다. 이런 흐름 때문인지 최근 디자이너는 공예가처럼 활동하길 원하고, 공예가는 디자이너로 활동하길 원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공예산업 관계자에 따르면 공예와 디자인의 중첩점이 생긴 것이다.
사실 공예 산업은 다른 예술 시장과 차별화된 시선을 받았다.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미술은 예술 시장이 따로 형성이 되어 있어서 회화를 사고 파는 갤러리도 많다. 또 미술관이든 옥션이든 전문적으로 회화를 거래하고 향유하는 문화가 지속되어 왔다.
반면, 공예는 실용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에, 다른 예술과 접근하는 방식이 달랐다. 요즘은 공예품도 하나의 회화에 분류되는 움직임이 있다. 장인의 작품으로, 혹은 공예의 소재로 활동하는 현대작가들이 있다. 아트피스에도 포함됐고 분야의 확장도 일어나고 있다.
공예산업의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올해 연말 소개될 공예발전 5개년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도종환 문화체육부장관은 공예발전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연말까지 세워서 지원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KCDF와 함께 작업을 진행한다. 공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