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취지에 맞지 않는 대행체제는 위상 스스로 깍아내리는 격
문 대통령의 장기 대행체제 의지에 비공식 위헌 결정
[뉴스핌=김기락 기자ㆍ김규희 기자] 헌법재판관 8인이 헌재 소장 공석에 대한 우려를 공식 표명했다. 당분간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로 유지하자는 청와대 방침에 대해 조속한 소장의 조속한 인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헌재에 대한 국정감사 파행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김이수 체제 옹호 의지’가 반발의 씨앗이 되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당초 헌법재판관들은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를 당분간 가져가겠다는 청와대 방침에 동의했으나, 청와대가 김 대행체제를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헌법 수호라는 헌재의 위상 확립을 위해서도 조속한 신임 소장 선임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오후 헌법재판관 8명은 회의를 통해 “소장 및 재판관 공석 사태 장기화로 인해 헌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은 물론,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속히 임명절차가 진행되어 헌법재판소가 온전한 구성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인식을 같이 한다”며 9인 체제 구성을 촉구했다. ‘김이수 체제’를 유지하자는 문 대통령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0일 “국회가 헌재소장 임기 문제에 대한 입법적 미비점을 해결할 때까지 김 권한대행 체제를 이어간다”고 발표했다.
당시 청와대는 이 같은 권한대행 체제의 근거로 국회에서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 동의안이 부결된 이후인 지난달 18일 헌재가 ‘재판관 전원이 김이수 재판관의 헌재소장 권한대행 계속 수행에 동의했다’고 발표한 점을 들었다.
하지만 헌재가 청와대와 다른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으면서 청와대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상 기류는 지난 13일 헌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이후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회는 지난 6월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뉴시스] |
당시 국감에선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김이수 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며 국정감사 중단을 요청, 파행됐다. 게다가 야당 측은 김 소장 권한대행의 사퇴까지 촉구했다.
권성동 위원장은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간사 3인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국정감사를 실시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이수 재판관에게 사과드린다. 국회는 3권 분립을 존중해달라”며 ‘김이수 체제’를 재확인했다. 이 점 역시 8명의 헌재재판관이 김이수 체제를 돌아서게 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헌재 내부에선 김이수 재판관의 대행 체제를 동의하면서도, 내년 9월까지 권한 체제 유지에 대해선 헌법 정신에 맞지않는 비정상적인 행태라며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행 체제에 동의한 것이지, 편법적인 대행 체제 유지에 동의한 것은 아닌 뜻으로 해석된다.
헌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계류 안건을 판단해 결정하는 헌재가 스스로 헌법 취지에 맞는 않는 체제를 지속하는 것은 헌재의 신뢰성을 깨뜨리면서 위상을 스스로 격하시키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헌법 수호와 해석 책임을 가진 헌재 재판관들이 비공식적으로 대통령의 대행 체제 지속에 대해 전체 회의를 통해 법 정신에 맞는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 셈이다.
헌재 재판관들의 전례없는 반발성 공식 입장 표명으로 문 대통령으로서는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를 지속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어쩔수 없이 새로운 헌재 소장을 인선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ㆍ김규희 기자(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