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은 사회주의가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고 공산주의로 가려면 생산력을 높이고 상품경제를 발달시켜 빈곤이라는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 농업에서 공업국가로 탈바꿈해야 한다’
덩샤오핑(鄧小平) 체제가 제시한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이다. 덩샤오핑은 이런 인식하에 1978년 11기3중전회에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건설 방침을 채택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개혁개방정책이다. 1982년 12차당대회에서는 사회주의 현대화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건설을 위한 당장이 제정된다.
이때부터 중국은 혁명과 이념투쟁의 머리끈을 끌러내리고 생산력과 경제건설 구호를 앞세운 실용주의 체제로 180도 노선을 전환한다. 1992년에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론’이 당 강령으로 채택돼 개혁개방이 급물살을 탄다.
“우리는 중국특색 사회주의 신시대에 진입했다 (中国特色社会主义进入了新时). 중국사회 주요 모순은 인민의 행복한 삶 욕구와 불평등 사이의 모순으로 바뀌었다” 공산당의 나라 중국. 이곳에선 요즘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겸 국가주석이 언급한 ‘신시대’라는 말을 모르면 공산당이 아니다.
덩샤오핑이 중국특색 사회주의를 천명한지 근 40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청년 시진핑은 지금 최고 통치자로서 집권 2기를 여는 19차 당대회에서 중국특색 사회주의 신시대 진입을 천명했다. 시진핑 총서기가 화두로 던진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신시대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이라는 타이틀로 당의 헌법인 당장에 명기됐다. 중국지도자중 자신의 이름 석자와 함께 지도사상을 당장에 올린 이는 카리스마의 화신인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두명뿐이었다.
신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주창하면서 시진핑은 창당(1921년) 100년인 2022년(20차당대회)까지 전면 샤오캉(小康 생활이 풍족한 수준)사회를 달성하고,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며 건국(1949년) 100년인 2050년 까지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은 미국을 추월하는 슈퍼파워 초강대국을 의미한다. 이 말을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중국몽의 실현)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은 향후 30년 중국의 새 국가상(비전)인 동시에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에 있어 성숙된 진전을 의미한다”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를 관통하는 핵심키워드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개념에 대해 공산당 이론가인 리쥔루(李君如) 중앙당교 전 부총장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과거 마오쩌둥도 ‘중국특색 사회주의’라는 말을 썼으나 그 당시 의미는 농민 주도로 공산혁명을 수행한다는 의미였다. 이에 비해 덩샤오핑이 체장한 중국특색 사회주의는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에 기반, 시장경제로 사회공동의 부를 실현하고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선진국)를 건설해 나가는 것이었다. 일부 자유주의 학자들은 이를 국가자본주의의 변형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장쩌민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도 각각 3개대표 중요사상과 과학발전관을 내세워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강조했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덩샤오핑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확장 모드로, 결국 덩의 이념에 흡수되고 말았다. 이와달리 시진핑은 이번 19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이름과 함께 사상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당장에 삽입하면서 시진핑 꼬리표가 달린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사상’을 만천하에 알렸다.
전문가들은 시진핑의 ‘신시대 사상’은 중국사회주의의 지향점이 성장 지상주의의 덩샤오핑 시대와 완전히 달라질 것임을 선언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40여간 시장경제를 빌려 G2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면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에서는 조화로운 질적 성장과 평등의 가치가 중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진핑은 '신시대 사상'을 통해 중국경제, 즉 중국특색 사회주의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 좌표와 지향점을 분명하게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중국사회주의를 규정하는데 있어 덩샤오핑의 중국특색 사회주의와 동등한 무게감을 가진 독자 버전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당대회에서 ‘시진핑 사상’이 당장에 오르면서 중국 사회가 잔칫집처럼 시끌시끌하다. 나라가 온통 중국특색 '사회주의 신시대' 구호로 요란하고, 덩달아 '신시대' 학습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관료와 학자는 물론 기업인과 증권 투자자들도 신시대가 보내는 메시지를 파악하려고 분주한 모습이다. 당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서점가에는 ‘신시대’ 관련 단행본이 쏟아져 나오고, 뉴스와 토론과 정책에서도 '신시대'가 새로운 유행어가 되고 있다. 중국 19차 당대회와 시진핑의 신시대 선언으로 달라진 경제환경과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새로운 중국 전략을 모색하고 나서야할 때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