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홍 대표 '전술핵 재배치' 요구에 조건부 검토
전문가들 "의원외교 형식은 긍정하나 내용은 걱정"
[뉴스핌=조세훈 기자] 북핵외교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미국의 여야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한반도 내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미국 의회 내 일부 인사들은 조건부 전술핵 재배치에 동의한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외교적 혼선"을 지적하며 "자중자애(自重自愛)"하라고 비판했다.
학계 등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제1야당 대표의 방미외교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뉴스핌이 26일 만난 전문가들은 야당 대표가 독자적으로 의원외교를 수행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전술핵 재배치' 등의 요구는 실효성이 적으면서도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오른쪽) 대표가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과 24일(현지시간) 의장실에서 만나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제공> |
국방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군사전략을 연구해온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은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 여론이 있고 전술핵 재배치 등 여러 가능성을 공론화 한데에는 충분히 의의가 있다"며 "미 정부관료가 아닌 의회 인사들을 만난 것이기에 형식면에서도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 역시 "야당도 의원외교를 할 수 있다"며 "그 자체를 깎아 내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형식이 아닌 내용적 측면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차 연구원은 "전술핵 재배치 요구가 자칫 한미동맹 능력이나 미국의 도움을 의심한다는 뉘앙스를 줄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술핵 재배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체 핵보유를 하겠다는 주장 역시 경우에 따라서 동맹 불신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전술핵 재배치'의 실효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교수는 "캘리포니아 공군기지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면 30분 내 북한에 떨어진다"며 "항공기에 핵을 탄착해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보단 캘리포니아에서 발사하는 게 더 빠르다"고 설명했다.
차 연구원은 "전술핵 재배치의 논리는 북한 핵능력에 대응한 핵 균형 차원"이라며 "하지만 북한은 전략핵이기에 전술핵을 도입한다고 핵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홍 대표는 24일(현지시각) 미 공화당·민주당 소속 주요 인사들을 만나 북핵 문제 해법과 한반도 내 전술핵 재배치 등을 논의했다.
홍 대표가 만난 인사는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미 하원의회 의장과 코리 가드너(Cory Gardner)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 토머스 섀넌 미 국무부 정무차관, 쟨 샤코브스키 하원 민주당 원내수석부총무 등이다.
홍 대표는 회동 후 "한반도가 다시 전쟁의 참화에 휩싸여서는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술핵재배치나 자체 핵개발을 통해서 핵균형을 이루게 되면 북은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CIA측에도 전달했고 오늘 만난 민주당·공화당 상하원 의회 지도자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가드너 위원장은 홍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북핵 제거를 위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무장밖에 없으며, 이런 점을 중국에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이 전했다.
반면 민주당 샤코브스키 원내수석부총무는 "개인적으로 전술핵 재배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안보를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언급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강 대변인은 "저희는 여론을 전달하러 온 상황에서 가드너가 중국 압박 메시지 카드로 (전술핵재배치를) 카드로 쓴다는 것 만해도 한국당 주장이 작동하고 있다"며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국당의 독자 외교를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충돌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25일(현지시각)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한반도 전문가 간담회에서 "(정부내) 친북좌파 세력 때문에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 북한의 위협보다 더 두려운 위기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국감 와중에 외국에 가서 벌인 일이 현 정부를 원색 비난하고 외교적 혼선, 한미동맹의 균열을 부추기는 것이라니 참으로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