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척결 관련 금융 거래 동결에 자문사 문의 쇄도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사우디 아라비아의 억만장자들이 바빠졌다.
반부패위원회의 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전현직 장관을 체포한 데 이어 부정 부패 관련자들의 금융 거래를 동결하고 나서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
부채 척결을 주도한 사우디 왕세자 모하마드 빈 살만 <사진=블룸버그통신> |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투자은행(IB)과 자문사에 보유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사우디 억만장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산가들이 걸프 주변국에 투자한 자산을 현금화 해 해외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자금을 해외로 이전시키려는 갑부들의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고 금융업계 소식통은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 3년간의 금융 거래 내역을 조사한 결과 수 십 년에 걸쳐 최소한 10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구조적인 부패와 횡령 등 부조리한 부분에 동원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208명이 조사를 위해 소환됐고, 7명이 풀려났다.
수십 명에 달하는 왕자와 전현직 장관이 체포된 이른바 ‘숙청’ 드라마가 벌어지면서 IB 업계도 긴장하는 표정이다.
도이체방크부터 UBS, 크레디트 스위스(CS) 등 글로벌 주요 IB들이 사우디의 고액 자산가와 엘리트 층을 핵심 고객으로 확보, 자산운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중앙은행은 국내 시중은행권에 부정 부패 혐의로 체포된 이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까지 수 십명의 계좌를 동결할 것을 주문했다.
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중앙은행도 금융권에 19명의 사우디 고객의 계좌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런던 소재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의 필리페 유바 팡탕세 이코노미스트 겸 지정학적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상당수의 해외 투자자들이 걸프 지역이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지역인지 여부를 다시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주식시장의 공격적인 매도에서 확인되는 대목이다. 걸프협력회의(GCC)의 주식시장은 지난 8일에만 176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에 따라 전체 시가총액이 900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앞서 7일 걸프 투자자들은 두바이 주식을 9250만달러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머징마켓 투자에 집중하는 헤지펀드 업체 카프리콘 펀드 매니저스의 에마드 모스타크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부정 부패 척결이 앞으로 더욱 강도가 높아질 여지가 있어 억만장자들의 자산 이전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