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그동안 세차례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아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네번째 소환됐다.
검찰이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공작’ 등 정치개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의 새 혐의를 인지한 데 따른 것이다. 사건에 연루된 피의자가 구속된 만큼, 검찰 내부에선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29일 오전 10시 우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에 들어갔다.
우 전 수석은 이날 9시5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취재진과 만나 “지난 1년 사이에 포토라인에 네번째 섰다.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것도 제몫이라 생각한다. 검찰에서 충분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수사팀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에게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등 공무원과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도록 지시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을 불법 사찰하고, 비선 보고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 김학선 기자 yooksa@ |
지난달 검찰이 추 전 국장을 구속시킨 결정적인 이유도 불법 사찰 등 혐의다. 검찰은 추 전 국정원 국장 조사를 통해 “우 전 수석이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등 사찰을 시켰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우 전 수석이 정부의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 바 ‘블랙리스트’의 작성 관리에도 관여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특히, 검찰은 우 전 수석의 불법 사찰과 블랙리스트 관여 등에 최윤수 전 국정원 차장이 함께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전 차장은 우 전 수석과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로, 추 전 국장의 직속상관이다. 최 전 차장은 대검찰청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검찰 주요직을 거쳤다.
지난 26일 검찰 조사를 받은 최 전 차장은 추 전 국장의 직속상관으로, 우 전 수석과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이다. 최 전 차장은 2015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검찰 주요직을 거쳤다. 우 전 수석과 절친한 사이로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한 현직 검찰 간부가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 사이에서 ‘연락망’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농단 전후로 불거진 ‘우병우 사단’이 현직에 남아 있다는 반증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앞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우 전 수석의 재판에서 “민정수석실로부터 감찰에 대해 불편하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최 전 차장 역시 혐의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