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부채, 저금리 시대에 팽창"
[뉴스핌= 이홍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년 3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시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저금리 시절에 크게 늘어난 부채 때문이다.
12일 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데이비드 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 동안 부풀어 오른 아시아 경제의 부채 때문에 긴축 정책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을 따라 아시아 중앙은행도 금리를 올려야 하는 압박을 받겠지만, 저금리 기간 쌓아올린 가계와 기업 부채가 많아 조심스러운 행보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우리나라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가 약 150% 수준까지 불어난 상황이다. 호주는 이보다 많은 194%다. 중국의 경우 기업 부채가 국내총생산(GDP)보다 60% 더 많다.
물론 금리를 올리지 않는 이유가 부채 때문만은 아닐 것이며, 모든 국가가 연준을 따라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가계 부채가 낮은 필리핀이 내년 가장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노무라는 내년 필리핀이 네 차례의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일부 아시아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이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 5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50%로 동결하면서 가계 부채 증가세가 소득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민국 다음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통화 정책의 조정이 긴축이라기보다 "정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가계 부채는 GDP 대비 약 88%지만,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높은 편에 속한다.
블룸버그통신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의 경우, 연준을 따라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금리를 올리기보다 거시 정책을 통한 방식으로 기업 부채를 억제하고 있다.
인도 역시 금리 인상에 조심스러운 행보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정부 부채는 GDP의 70%에 달한다.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RBI)은 기준 금리는 낮추되 은행권에 쌓인 초과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통화 정책을 운용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채를 보유한 국가 중 하나인 일본 역시 금리 인상은 요원해 보인다. 통신은 "연준이 이번 주 금리를 올리고 내년에 추가로 세 차례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아시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시험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