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캐피탈 "자산 규모 늘면서 유증 필요성 희석"
올해말 총자산 대비 자회사 지분가치 '48%' 수준 예상
지주사 강제전환 법망은 피했지만 잠재리스크 남아
[뉴스핌=우수연 기자] 미래에셋캐피탈이 연내 유상증자 계획을 보류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며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다. 지배구조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연내 유상증자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지난 여름 밝혔던 캐피탈의 최근 입장이 달라졌다.
18일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신기술금융과 오토금융, 투자금융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산이 2조1000억원대로 늘었다"며 "당분간(연내) 유상증자를 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는 장기과제로 삼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미래에셋캐피탈이 유증을 언급한 건 자기자본의 150%를 초과하는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여전법 때문이었다. 지난 6월말 기준 미래에셋캐피탈의 '종속기업투자/자기자본' 비율은 145.4% 수준이다. 다만 지난 15일 미래에셋대우가 구주주배정 증자를 결정하는 등 캐피탈의 자회사 지분이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본확충 필요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 신평사들 "미래에셋캐피탈, 추가 유상증자 불가피"
일각에선 지난 여전법 개정시 '종속기업투자/자기자본(이하 이중레버리지비율)' 비율을 기존의 100%에서 150%로 늘린 것은 미래에셋캐피탈을 위한 특혜성 개정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015년말 캐피탈이 대우증권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미래에셋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해당 비율은 200%까지 높아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6년에는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업계와 학계에선 계열사 보유지분이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여전히 캐피탈 대비 자회사의 덩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실하게 늘려야한다고 지적한다. 미래에셋그룹은 연내 캐피탈의 유상증자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언급했으나 아직까지 의미있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실장은 "미래에셋그룹이 금융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회사 성격을 감안할 때 이중레버리지비율이 140%로 여타 금융지주회사보다 높은 편"이라며 "자체 사업이 증가하면서 우선순위가 밀릴 수는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증자'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9월말 기준 국내 7개 은행지주회사의 평균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4.2%다. 한국금융지주와 메리츠금융지주의 평균도 130%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향후 미래에셋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가정을 하면 140%가 넘는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낮추기 위해 무엇보다도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선행돼야한다는 얘기다.
◆ 지주사 전환 외면해도…턱밑까지 올라오는 자회사 지분
최근 미래에셋캐피탈은 신기술금융·오토금융·투자금융 사업을 확장하는 등 자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전환 이슈를 대응해왔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총자산에서 자회사 지분가치가 50% 넘을 경우 지주회사로 전환된다. 다만 이때 말하는 자회사는 지주회사가 최대주주인 자회사다.
즉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 부동산 114% 등의 지분 장부가치를 따져보면 캐피탈 총자산의 50%를 훌쩍 넘는다. 하지만 캐피탈은 미래에셋생명의 2대주주기 때문에 생명 지분은 자회사 지분가치에서 제외된다. 생명 지분을 제외하더라도 캐피탈의 보유 자회사 지분율은 올해 말 기준 48% 수준(총자산 2조1000억원 가정)으로 이미 턱밑까지 차있다. 올해 9월말 기준으로는 51%, 6월말 기준도 53%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아래 그림 참조)
다만 지주회사 전환 여부는 결산시점에 결정되기 때문에 연말기준 비율만 맞추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이를 이용해 과거 캐피탈은 연말마다 단기차입으로 총자산을 늘리면서 지주사 전환을 교묘히 피해왔다.
캐피탈 측은 이제 이 같은 의혹을 남기지 않기 위해 단기차입이 아닌 '사업확장'을 통한 총자산 증가를 추구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물론 올해말 기준으로는 해당 요건을 피할 수 있지만 보유 자회사 지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캐피탈이 해당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미래에셋대우, 우선주·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선택한 이유는
지난 15일 미래에셋캐피탈은 7000억원 규모의 미래에셋대우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구주주에 배정되는 우선주 1억467만3600주 가운데 현재 지분율대로 캐피탈이 18.6%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규모가 1620억원(시가 기준) 수준이다.
이처럼 증가하는 캐피탈의 자회사 보유지분은 지주사 전환계획이 없는 미래에셋그룹 입장에선 부담이다. 이번 미래에셋대우 유상증자 대상을 우선주, 그리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지배구조 이슈까지 염두에 둔 계산으로 풀이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캐피탈이 자회사 지분 증가가 부담될 경우 유상증자에 적극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금융지주회사법을 모두 고려하고 검토해 결정한 사항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도 "의결권 희석을 피하기 위해 우선주를 선택했으며 확정배당금 지급 조건을 통해 유상증자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며 "캐피탈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지분가치가 총 자산의 50% 이하로 유지되어야하기에 소액주주들의 참여도 상승은 잠재적 부담요인을 축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보통주 주주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주 발행을 택했으며 확정배당금으로 주주들에게 유리한 구조의 증자가 되고자 했다"며 "기존 주주들의 (증자) 참여 비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일정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배구조 이슈는 주요 자회사 미래에셋대우의 핵심사업인 초대형IB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 관련 조사를 실시하면서 초대형IB 발행어음 인가 심사 일정 자체가 보류됐다.
안나영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현재로선 미래에셋의 지배구조가 법적으로 위배되는 상황이 아니라 당장 (캐피탈의) 자본확충에 대한 얘기가 사라졌고 자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며 "하지만 금융당국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회사가 대응하는 시나리오도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