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역작 '원더풀 라이프'가 16년 만에 재개봉한다.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위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연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감독의 상상력과 담백한 연출이 극찬을 받았던 걸작이다.
내달 4일 개봉하는 '원더풀 라이프'는 죽은 이들이 천국으로 가기 전 머무는 시설 림보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망자 저마다의 생애 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연출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림보 식구들의 노력으로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접한 사람들은 비로소 모든 걸 내려놓고 천국으로 향할 수 있다.
구상부터 독특한 '원더풀 라이프'는 일주일간 생의 다양한 기억을 더듬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엄마, 아빠, 형제와 나눈 즐거운 순간, 연인과 헤어지던 아련한 장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비행기 위에서의 풍경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영화는 인생 속 최고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해 림보에 남은 모치즈키(이우라 아라타)와, 같은 이유로 함께 일하는 수습직원 시오리(오다 에리카)의 관계에 집중한다. 영화가 일본서 공개됐던 1998년, 신인이던 이우라 아라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유의 투명한 감성과 색깔을 대변하는 배우로 급부상했다. 마찬가지로 신인이던 오다 에리카는 첫 주연작 '원더풀 라이프'에서 삶과 죽음 사이에서 모치즈키를 연모하는 복잡한 심정을 연기해 박수를 받았다. 오다 에리카는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서늘할 만큼 매력적인 외모를 유지하고 있다.
거장의 비교적 초창기 작품인 데다 밀레니엄 이전 영화여서일까. DVD급 해상도마저 정겨운 '원더풀 라이프'는 인생의 정점을 기억하려는 죽은 자들을 통해 아련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영화 시작부터 죽은 자들이 떠올리는 인생의 다양한 페이지들은 우리 삶의 단편이기도 해 느끼는 바가 남다르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사진=(주)안다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