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행 규모 60% 급증..경쟁 과열에 수수료는 '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아시아 달러화 채권시장이 뜨겁게 가열됐지만 투자은행(IB) 업계는 울상이다.
발행 물량이 늘어나면 자문을 제공하는 IB 업체들이 쏠쏠한 수입을 올리게 마련이지만 업계 경쟁이 크게 고조되면서 남기는 것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정이다.
맨해튼 금융권 <사진=블룸버그> |
3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2017년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액이 약 334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년 약 2087억달러에서 60% 급증한 수치다.
아시아 달러채 시장이 급격한 외형 성장을 이뤄냈지만 IB 업체들에게는 속 빈 강정이다. 자문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수수료가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 인도의 3개 업체가 최근 총 13억달러의 달러 표시 회사채를 발행하고 7개 자문 금융회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각각 1달러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해당 IB에는 바클레이즈와 스탠더드 차타드 등이 포함됐다.
상황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IB 업계 접근 통로가 넓은 국영 업체들의 회사채 발행 수수료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IB 업체들은 인건비와 각종 비용을 감안할 경우 밑지는 거래를 하는 셈이지만 해당 지역 기업들과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초저가 수수료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정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해 아시아 지역 달러채 발행 총액 가운데 중국의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IB 업계의 손실을 짐작할 수 있다.
싱가포르 소재 DBS은행의 클리포드 리 채권 헤드는 WSJ과 인터뷰에서 “아시아 지역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대폭 늘어났지만 수수료 수입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최근 수년간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수수료가 평균 0.7%포인트를 기록했다. 1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IB 업체가 얻는 수수료 수입이 700만달러라는 얘기다. 정크본드의 경우 수수료는 1.2%포인트로 파악됐다.
반면 중국공상은행을 포함한 중국 국영은행들이 회사채 발행에 지급한 자문 수수료는 발행액의 0.1%포인트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중국 기업의 회사채 발행에 참여한 IB 업체 수는 6.5개 회사로 2012년 3.6개 회사에서 크게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일본과 미국 수치인 4.6개 및 2.2개를 대폭 웃도는 수치다. IB 업계의 경쟁이 제 살 깎아 먹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