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한때는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 지금은 오갈 데 없는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그는 우연히 17년 만에 엄마 인숙(윤여정)과 재회한다. 아픈 상처만 남긴 엄마지만, 조하는 숙식 해결을 위해 인숙의 집에 따라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동생 진태(박정민)를 만난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혼란스러운 동생이거늘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을 지닌 서번트증후군이란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국제시장’(2014) ‘공조’(2016) 등을 제작한 JK필름의 신작이다. 이 말인즉슨, 그간의 JK작품이 그랬듯 적당한 재미와 감동이 보장돼 있다. 크고 작은 갈등과 해결이 번갈아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웃음과 눈물이 발생한다. 다만 모든 것이 익숙하다. 캐릭터부터 전사, 그리고 이야기 전개 방식까지. 영화 전체에 기시감이 감돈다. 문제는 이 기시감이 친숙함과 동시에 식상함도 준다는 데 있다.
실제 영화는 통속적으로 시작해 통속적으로 끝맺는다. 통속적이지 않은 삶이 있겠느냐마는 봤던 캐릭터, 알던 이야기가 스크린 안에서도 흥미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작품에는 윤여정, 이병헌, 박정민 등의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그들의 호연이 새로움을 만든다. 통속극에 생기를 부여한다. 특히 힘을 뺀 이병헌의 코믹 연기에 한계를 뛰어넘은 박정민의 열연이 제대로 붙었다. 최고의 볼거리다.
‘선’을 지켰다는 점 또한 놓칠 수 없는 ‘그것만이 내 세상’만의 미덕이다. 최성현 감독은 어떤 순간에도 장애를 동정하지 않는다. 그저 여느 주인공들처럼 많은 부분 중 한 곳이 결핍됐을 뿐, 그것을 특정 층을 향한 연민으로 이어가지 않는다. 인물의 슬픔을 억지로 파고드는 법도 없다. 시종일관 덤덤하면서도 건조한 톤을 유지한다. 그래서 슬프지만, 우울하지 않다. 이상하게 더 따뜻하고, 그게 또 위로가 된다. 오는 1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