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시장 성장에 힘입은 텐센트·알리바바
아시아 기업들 전반적으로 약진
[뉴스핌=김은빈 기자] 삼성전자가 아시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중국 IT기업에 내줬다. 중국 결제시장을 쥐고 있는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자국 소비시장 성장세에 탄력을 받으며 아시아시장 수위에 올라섰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시아국가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집계해 달러로 환산·비교했다. 집계 시점은 2017년 12월 29일이다.
1위는 중국의 텐센트로 시가총액은 4933억달러(약 528조원)이었다. 지난해 1위였던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약 1.4배로, 1년 전과 비교해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2위 역시 중국의 알리바바(4407억달러·약 472조원)였다. 세계시장으로 시야를 확대해보면 텐센트가 7위, 알리바바가 8위였다.
반면 지난해 1위였던 삼성전자는 3428억달러(약 367조원)로 3위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대비 시가총액이 46% 증가하는 등 호조세였지만, 중국의 성장세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 증가하는 중국 소비시장…결제 인프라 쥔 IT기업↑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모바일 결제 규모는 2016년 기준 60조위안(약 1경원)으로 미국의 50배 규모였다. 이중 위챗페이와 알리바바페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성장은 중국 소비시장 확대에 힘입은 바가 컸다. 텐센트의 위챗과 알리바바의 알리바바페이가 중국 결제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개인소비 시장이 두 자릿수 성장한 것.
다만 두 기업 모두 매출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텐센트의 경우 매출의 70%가량이 게임사업에 집중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으면 매출이 지속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텐센트의 해외 매출은 5%에 불과하고 알리바바 역시 10~20%에 지나지 않는다”며 매출구조가 중국 국내에 쏠려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알리바바가 해외 30개 국에서 모바일 결제시장에 진출했지만 현지인 대상이 아닌 중국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다.
다만 중국이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점은 여전히 두 기업의 강점이다. 신문은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매출구조가 치우쳐져 있음에도 시가총액이 급성장한 것은 중국이 개척 여지가 큰 시장이라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라며 “동남아시아나 인도에 뿌린 씨앗(투자)이 싹을 틔운다면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 아시아 기업 약진…10년간 자동차·IT·가전↑
전 세계 시가총액에서 아시아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32%로 전년 대비 1%포인트 늘었다. 글로벌 주가 상승에 힘입어 아시아기업 전체의 시가총액도 전년 대비 28% 증가한 25조7523억달러를 기록했다.
과거 10년으로 넓혀보면 자동차와 IT, 가전제품 관련 기업에서 성장이 두드러졌다. 신문은 “시대 변화를 빨리 포착하고 움직인 기업들이 눈에 띈다”며 “국내시장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자동차제조업체들의 성장 속도가 유독 두드러졌다. 중국의 지리(吉利·Geely)는 2007년 대비 305억달러 늘어나며 10년 전과 비교해 시가총액이 53배가 됐다. 인도의 최대 자동차회사인 마루치 스즈키도 10년 사이 시가총액이 6배로 늘어났다. 자동차 판매대수는 2008년 3월(76만대)과 비교해 2017년 3월 157만대로 2배 증가했다.
시가총액의 증가 규모는 IT기업들이 차지했다. 증가규모가 가장 큰 건 중국의 텐센트로 지난 10년간 4798억달러가 증가했다. 삼성전자(2449억달러)와 TSMC(대만적체전로제조·1494억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가전제품 제조회사들은 신흥국의 소득수준 향상과 어우러지면서 시가총액을 키웠다. 중국의 메이디그룹(美的)은 10년간 시가총액이 9배로 뛰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퍼스트리테일링도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이 같은 증가세에 힘입어 아시아 기업들의 존재감도 확고해졌다. 지난해 전세계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중 아시아 기업은 19개로 역대 최다였다.
다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트럼프정권의 세제개편안으로 인해 2018년에 미국 기업의 실적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시아통화에 대한 달러의 강세가 강화된다면 아시아시장의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