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권 한독 창업주 출연해 설립..연 방문객 1만5000여명
케토톱 견학 라인 따로 만들어..1995년부터 견학코스 운영
[뉴스핌=박미리 기자] 서울 광진구 동서울 종합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여, 또 충청북도 음성군 대소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10분여 달려 마주한 한독의약박물관. 곧게 뻗은 도로 옆, 줄지어 서있는 낮은 건물들 위로 '한독'이라는 큰 글자가 방문객을 반겼다. 일단 정문을 지나쳐 왼편에 자리한 한독의약박물관으로 향했다.
한독의약박물관 전경<사진=한독> |
◆ 국내 최초 기업·의약박물관... 관람비는 무료
한독의약박물관은 1964년 한독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설립한 국내 최초 기업박물관이자 의약박물관이다. 창업주 김신권 명예회장이 소장하던 유물을 출연해 만들어졌다. 서울 중랑구에서 시작한 한독의약박물관이 현 위치로 터를 옮긴 것은 1995년. 음성 공장 내 전시관을 신축하면서 이전했다. 다소 외진 곳에 있지만 매년 1만5000여명이 찾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보이고 있다.(관람비 무료) 해외 제약사 관계자들도 박물관을 많이 찾는다는 후문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한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미국 알렉시온 관계자들이 유물들을 찬찬히 구경했다.
의약자료는 의약박물관 1~2층 국제관·한국관·제석홀에 나누어 전시되고 있다. 이중 제석홀은 고 김신권 명예회장이 기증한 유물을 모아놓은 곳으로, 주로 의약과 관련이 없는 유물들로 구성됐다. 대신 고인이 기증한 의약자료는 국제관, 한국관에 다른 유물들과 함께 별도 표시없이 전시되고 있었다. 박물관은 김신권 명예회장 소장품 외에도 기증받거나 구입한 유물이 상당했다. 현재 보관하고 있는 의약자료만 1만여점. 김혜나 학예사는 "좋은 유물이 있을 때 박물관에서 구입을 하기도 하지만, 상당수 유물은 뜻이 있으신 분들께서 기증해주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독의약박물관 허준의 의서<사진=박미리 기자> |
한독의약박물관 대한약전 초판본<사진=박미리 기자> |
먼저 2층에 있는 한국관에 올라갔다. 찬도방론맥결집성, 동의보감 등 허준의 의서를 비롯해 '청자상감상약국명합'(고려·환약 용기), '의방유취'(조선·동양 최대 의학사전) 등 보물급 문화재 6점이 보관돼있었다. 또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 마라톤 선수가 복용했다는 홍보를 통해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자양강장제 '백보환' 제조기계와 약상자, 1920년 우리나라 제1회 약제사 시험에서 합격한 이호벽씨의 합격증, 근대시대 외과 수술도구, 대한약전 초판본 등 수백년에 걸친 우리나라 의학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자료들이 한가득이었다.
1층 국제관에는 동서양의 의약기구가 골고루 전시돼있다. 이 중에서도 전시관 한 가운데 1800년대 독일 약국을 재현한 것이 눈에 띄었다. 제약회사 등장 이전 약국의 모습으로, 조제한 약을 담는 병과 약국별 특색있는 라벨(약병에 부착)을 볼 수 있다. 김혜나 학예사는 "회사 역사에서 독일을 빼놓을 수 없어 열심히 수집했다"며 웃었다. 1954년 연합약품이 모태인 한독은 1964년 독일 훽스트사와 합작해 새 출발을 한 역사가 있다. 아울러 1층에는 훼스탈, 레디큐 등의 대표 제품들의 포장 변천사, 초기 훼스탈 제조기계, 대통령상 등도 만나볼 수 있었다.
한독의약박물관 독일약국<사진=박미리 기자> |
◆ '케토톱' 만드는 방법 다 보여드립니다
정문 오른편에는 한독의 생산공장이 있다. 훼스탈, 케토톱 등 한독의 제품을 비롯해 타 제약사로부터 수탁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2014년 한독이 태평양제약 제약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품에 안은 붙이는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 생산시설을 찾았다. 한독은 2015년 연면적 약 2500여평 규모의 케토톱 전용 생산공장을 신축했다. 연간 케토톱을 최대 3억9000만장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김학진 한독 생산본부 팀장은 "2017년 6월 준공해 하반기부터 한독에서 시중에 판매하는 케토톱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케토톱 코팅 공정<사진=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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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견학라인도 설계 때부터 염두에 뒀다고 한다. 공장 위에 견학 라인을 추가함으로써 3층짜리 건물은 4층으로 만들어졌다. 김학진 팀장은 "한독이 1995년 공장을 만들면서 처음부터 견학코스를 운영했기 때문에 케토톱에도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며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한독의 비즈니스를 알리고 방문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견학라인으로 안내하는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면 양옆으로 펼쳐진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케토톱 생산 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살구색 천과 투명한 코팅지, 포장지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알맞은 크기로 재단된 파스는, 알맞은 크기로 재단된 포장지에 담겨 레일을 타고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이를 다시 소박스에 담는 것은 직원들의 몫이다. 시중에서 볼 수 있던 케토톱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1분 만에 한 눈에 담았다. 눈에 띄었던 부분은 숙성이다. 케토톱은 측량, 혼합, 두 번의 코팅(약액 입히기), 커팅, 파우칭 등의 과정에서 살구색 천을 숙성하는 단계를 거친다.
김학진 팀장은 "파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숙성이 필수는 아니다"라며 "숙성을 할지말지 검토했었는데 숙성을 안 할 때보다 공정에서 커팅이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미리 기자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