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삼성, 장비업체에 중국 납품 자제 당부
中 기술력 추월 '시간문제'…"특허장벽 세우자"
[뉴스핌=양태훈‧김지나 기자]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자금 공세에 밀려 기로에 섰다.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술력 추월이 시간문제인 상황에 기술 보호와 중국 거대시장 진출이란 두 저울추를 사이에 두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두고 업계에서 축포를 울리기보단 우려감을 내비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에 이미 지난 기술력은 중국에 넘겨주고, 첨단 기술에 대해 특허 장벽을 세우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인력을 막는데 급급하기 보다 자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더욱 집중 투자해 경쟁력을 키우자는 의견도 있다.
◆장비업체에 '물량 달라'는 칭화그룹, '말리는' 삼성
3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칭화유니그룹 자회사 YMTC는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를 대상으로 반도체 장비 공급 및 인력수급 등을 요청했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공장에서 3D낸드플래시 양산을 위해 사용하는 장비 일체를 그대로 공급해달라는 게 YMTC의 요청이다.
특히 일부 업체에게는 장비를 다루는 인력에 대해 스카우트 제의도 함께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 중 한 곳은 삼성전자와 거래가 끊긴 상황이고, 다른 한 곳은 전체 거래의 90%를 삼성전자와 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입장에선 사업을 위해 중국 업체들에게 고가 장비를 공급하는 게 유리하다"면서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선 반도체 노하우가 그대로 넘어간다고 볼 수 있어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협력 장비업체들에게 장비 납품을 중국에 하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장비업체 입장에선 중국이 메모리반도체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공장 설립과 장비 구매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은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반도체 부품의 한 핵심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중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설립에 대한 정부 결정이 지연되며 장비업체들이 더 긴장했다"면서 "장비업체는 사이클을 타기 때문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장비에 투자하는 상황에 그 사이클에 올라타고 싶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 "내줄 건 내주고 첨단기술력 키우자"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 추월이 시간문제일 바에야 이미 지난 기술력은 내주고 첨단기술에 대한 특허장벽을 쌓아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 기술력을 보호하는 한편 중국 시장도 놓치지 말하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반도체 제조사와 중국 기업의 기술력 차이는 D램의 경우 7~8년, 3D 낸드플래시는 4~5년 수준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들이 올해 양산을 준비 중인 D램은 20나노미터 후반, 3D 낸드플래시는 32단 수준이다.
D램의 경우 나노미터 수가 줄수록 더욱 미세해져 더 높은 기술력이 필요로 한다. 3D 낸드플래시는 수직으로 쌓아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설계라 단수가 늘어날수록 첨단기술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3D 낸드플래시는 중국 업체들보다 3배 더 세밀하게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95단 적층 기술을 확보, D램은 10나노미터 중반으로 더욱 세밀한 제품의 대량 양산에 돌입한 상태다.
SK하이닉스도 3D 낸드플래시와 D램 모두 72단, 10나노미터 후반 제품의 양산기술을 가지고 있어 중국 기업과 기술 수준을 비교할수 없다.
한 업계관계자는 "기술이라고 하는 것이 시간을 두고 나면 결국 따라오게 돼 있다"며 "반도체 수준이 앞서 가는 것을 오랜 기간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시장을 잃지 않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우리가 일본에서 메모리반도체 주도권을 가지고 왔지만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아직 튼튼하다"며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를 특허 장벽을 세울만한 기업으로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자체 반도체 R&D 인력 키우자"
학계에서는 반도체 전문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을 방법에 대해 집중하기 보단 전문 반도체 인력 확충을 위한 투자로 중장기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성호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팀장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내부적으로 3D 낸드플래시의 적층 기술과 D램 미세공정 기술만으로 앞으로의 시장 지배력을 계속 가져갈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새로운 기술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을 위한 우수 인력 육성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대학에서 반도체 학과는 손가락 안에 꼽고, 학생들이 교수로 임용될 수 있는 기회도 제한적이다. 반도체 호황과 맞물려 반도체 산업에 관심있는 학생들의 관심은 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대학은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황철성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염려하는 것은 우수한 반도체 인력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부분인데 넘어간다고 해도 막을 재간이 없다"면서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계속 가져가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을 많이 양산하고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정부는 반도체학과에 지원을 전혀 하지 않고 있고, 기업에게 지원하라고 한다"면서 "기업 입장에선 반도체 임원들이 1년 단위로 보직이 바뀌는 등 보직이 안정되지 않아 투자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반도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R&D 신규 예산은 98억원이었고, 2016년에는 전무했다.
현재 반도체 예산은 정보화지능기금에 포함돼 과기정통부가 주관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산자부에서 운용할 수 있는 기금이 없다는 뜻이다.
주 연구위원은 "한편에서는 정부가 대학 반도체 분야에 지원해주고, 기업이 R&D 과제 주관사를 대학으로 삼고 지원해주는 방법이 있다"면서 "인력을 양성하면 결국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R&D 과제를 만들어 학생을 모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양태훈 기자 (fla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