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석헌(류승룡)은 은행 경비원이다. 오래전 빚 때문에 집을 나온 후 외롭게, 또 평범하게 지내왔다. 물론 이건 몸에 이상한 변화가 오기 전 일이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생각만으로 일으키는 힘, 염력을 갖게 된다. 딸 루미(심은경)에게 10년 만에 전화를 받은 것도 그즈음. 석현은 루미로부터 아내의 사망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아내의 장례식장에서 마주친 민사장(김민재)을 통해 루미가 처한 상황을 알게 된다.
영화 ‘염력’은 지난 2016년 ‘부산행’으로 ‘천만 감독’에 등극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당시 좀비물로 영화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그의 다음 선택은 초능력. ‘염력’은 평범한 남자가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슈퍼 히어로물을 표방한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소재와 장르, 역시 연상호다운 신선한 출발이다.
물론 이번에도 ‘초능력’은 외피일 뿐, 이를 걷어내면 사회고발 메시지가 자리하고 있다. 연 감독은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부산행’ 등 애니메이션, 상업 영화할 것 없이 매 작품 사회 부조리를 날카롭게 꼬집어 왔다. ‘염력’은 2009년 용산 참사와 맞닿아있다. 잘못 쓰이는 거대 자본과 공권력이 타깃이다.
전작들과의 차이점이라면 낙관적이고 희망적이다. 연 감독은 모처럼 파멸이 아닌 공존, 그리고 행복을 말한다. 자연스레 웃음 코드도 강화됐다. 시종일관 경쾌하고 유쾌하다. 덕분에 다소 비현실적이거나 무거운 소재들도 부대끼지 않는다. 시각효과 역시 훌륭하다. CG는 물론, 실제 액션과 특수 효과로 염력 모션을 구현해 영화적 완성도를 더했다.
부성애, 동지애를 기반으로 한 감동은 그대로 유지했다. 전작 ‘부산행’이 그러했듯 ‘염력’ 역시 딸을 위한 아버지의 마음, 뜻을 같이하는 ‘우리’의 마음을 베이스로 움직인다. 적어도 국내 관객에게는 절대 외면당할 수 없는 보편적 정서다. 지나치게 극적인 전개와 연출로 호불호가 갈린 관객의 마음을 한데 모을 만하다.
코미디와 부성애 연기에 특화된 류승룡의 열연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류승룡은 친숙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얼굴로 관객을 웃고 울린다. 이외에도 심은경을 비롯해 박정민, 김민재 등도 탄탄한 연기로 영화에 힘을 보탰다. 특히 인상적인 건 ‘윰블리’ 정유미다. 그는 홍상무를 통해 첫 악역 캐릭터를 소화, 전무후무만 악녀의 탄생을 알렸다.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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