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빅배스 이후에도 해외손실 지속..4Q 영업손실 1400억 결정적
8일 오전 김상열 회장이 산은에 입장 전달..인수 포기로 결정한 듯
[뉴스핌=이동훈 기자]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인수를 포기할 전망이다.
대우건설의 해외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해외손실이 대규모로 발생하자 투자 리스크(위험)이 너무 높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이날 산업은행에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다는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8일 만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이날 오전 김상열 회장이 산업은행에 대우건설 인수 추진을 계속할지에 대한 의사를 전달할 계획”이라며 “최종적으로 입장을 모으고 있지만 대우건설의 해외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해 인수를 포기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 발을 빼는 이유는 작년 4분기 드러난 해외부실이 결정적이다. 대우건설은 애초 4분기 영업이익이 1800억원대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영업손실 1431억원을 기록했다. 예상보다 2000억원 넘게 실적이 악화한 것이다. 이는 모로코 사피 사업장에서 추가 손실 3000억원 정도를 반영한 결과다.
작년 3분기까지 재무상태를 기반으로 인수가를 정한 호반건설 입장에선 부담이 커진 셈이다. 4분기 해외사업 손실 규모는 인수가 조정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본입찰 때 제시한 인수가에서 조정 범위가 최고 3%에 불과하다 보니 가격 협상보단 인수를 포기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또한 해외부실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인수를 주저하게 만든 이유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카타르 고속도로 현장, 이라크 알포, 알제리 RDPP를 포함한 저가 사업장을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이들 사업장에선 준공시점까지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호반건설이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대우건설의 새주인 찾기는 새국면을 맞게 됐다. 지난 1973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설립한 대우건설은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2004년 금호아시아나에 넘어갔다. 이후 2011년 산업은행이 지분을 인수했다. 7년 만에 새주인을 찾는 듯 했으나 막판 돌발 변수로 산은은 차후 M&A(인수합병)를 다시 진행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산은은 작년 10월 대우건설 매각 공개입찰을 시작했다. 호반건설과 중국계 사모투자펀드(PEF)가 관심을 보였지만 지난달 진행한 본입찰에는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호반건설은 산은이 보유한 지분 40%만 우선 사들이고 나머지는 3년 후에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40% 인수가로 주당 7700원을 제안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해외사업에 경험이 없는 호반건설 입장에선 대우건설의 수천억원대 해외손실에 부담을 크게 느꼈을 것”이라며 “해외사업 손실이 일회성이 아닌 추가로 발생할 여지가 많다 보니 인수 의지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