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흥부(정우)는 어린 시절 홍경래의 난으로 형 놀부(진구)와 헤어진다. 성인이 된 흥부는 형을 찾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하고, 조선 팔도를 들썩이는 천재 작가가 된다. 그리고 마침내 조혁(고 김주혁)이 놀부 소식을 안다는 정보를 입수, 그를 찾아간다. 이후 흥부는 조혁과 함께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동시에 동생과 달리 권세에 눈이 먼 조혁의 형 조항리(정진영)을 보며 충격에 휩싸인다. 조혁은 그런 흥부에게 말한다. 글로 세상을 움직여 보라고.
“‘흥부전’을 흥부라는 사람이 썼다면 어떨까?” 영화 ‘흥부:글로 세상을 바꾼자’(흥부)는 이런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했다. 고전 소설 흥부전을 쓴 이가 흥부라는 설정. 참신하다. 가히 백미경 작가다운 상상력이다. ‘흥부’를 쓴 백 작가는 JTBC 드라마계의 역사를 다시 쓴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를 집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선함은 출발 지점, 딱 거기까지다. 그 이상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흥부’는 전개 방식부터 결말까지 전형적이다. 적폐 세력을 청산하고 백성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자는 뻔한 주제 아래 뻔한 이야기가 흐른다. 이런 부류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역사를 토대로 현 시국의 문제를 꼬집는 것 역시 잊지 않는다. 장면과 대사 역시 너무 직접적이라 재미도 반감된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면 우연히도, 그리고 유난히도 우리네 지난겨울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 배치된 캐릭터 또한 크게 특별하지 않다. 선악 구조는 선명하고, 권선징악은 유효하다. 노렸다면 할 수 없지만, 그 탓에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더 살지 못해 아쉽다. 물론 ‘흥부’만의 장점도 있다. 연희 장면이다. ‘흥부’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불릴 만한다. 6개월이란 시간과 전문 인력을 투자한 만큼 완성도가 뛰어나다. 볼거리는 물론, 느슨하게 풀린 긴장감을 조이는 역할까지 무리 없이 해낸다.
‘흥부’가 반가운 가장 큰 이유인 고 김주혁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흥부’는 지난해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김주혁의 유작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 조혁을 연기했다. 영화 속 움직임, 말 한마디가 그리움이 돼 가슴에 박힌다. 더욱이 김주혁을 향한 “어리신 그곳은 행복하시오?”라는 정우의 마지막 질문이 유난히 아프다. 오는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