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소비세 인상과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가 고비
임금 정체·소비 둔화 등 구조 문제는 금융 완화로 해결 안 돼
[뉴스핌=오영상 전문기자]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전후 최장의 경기 회복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내년과 내후년 고비가 찾아올 것이며 현재의 경기 회복세를 이끌어 왔던 일본은행(BOJ)의 양적 완화만으론 이 고비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 16일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를 재임명하는 내용의 인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부총재에는 와카타베 마사즈미(若田部昌澄) 와세다대학교 교수와 아마미야 마사요시(雨宮正佳) BOJ 이사를 임명했다.
이로써 디플레 탈피를 위한 BOJ의 ‘다음 5년’이 오는 4월 시작된다. 구로다 총재 하에서 지난 2013년 시작된 금융완화는 전후 두 번째로 긴 경기 회복을 뒷받침해 왔다. 하지만 2%의 물가 안정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또 장기화된 저금리는 금융기관의 수익을 압박하고 있다.
19일 니혼게이자신문은 “미국과 유럽이 금융정책 정상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BOJ는 양적 완화 운용에 있어 지금까지 이상으로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BOJ를 5년간 다시 이끌게 된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사진=뉴시스> |
◆ 내년 소비세 인상·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 고비 올 것
현재의 경기 회복 국면은 6년째로 접어들었다. 대다수의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기 회복이 2019년 1월까지 이어지면서 전후 최장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면서도, “단, 내년 10월 소비세 인상과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 두 번의 고비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이와(大和)종합연구소는 “소비세 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도쿄올림픽 이후에는 올림픽 특수에 대한 반동이 나타날 것”이라며, “실질 경제성장률은 2017년도 1.8%를 정점으로 2020년도에는 0.4%까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년 12월 시작된 이번 경기 회복은 2013년 4월 시작된 양적 완화에 따른 엔고 해소에 의해 뒷받침돼 왔다. 수출과 직접투자로 벌어들인 해외 수익이 늘어나고, 해외 관광객의 소비가 백화점 등 소매업의 실적을 끌어올렸다. 부동산과 주식 상승으로 자금에 여유가 생긴 기업들은 설비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2017년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012년에 비해 10% 늘어난 545조엔(약 5480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양적 완화에 한계도 보이기 시작했다. 가령 소비세 인상으로 소비에 그늘이 드리워지면 추가 양적 완화가 거론되겠지만, 마이너스 금리로 금융기관들이 수익 압박에 시달리는 만큼 추가 완화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이와타 기쿠오(岩田規久男) BOJ 부총재는 지난 1월 말 강연에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하며 재정지출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리스크가 눈앞에 닥치면 BOJ가 추가 완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다이이치(第一)생명 경제연구소의 호시노 다쿠야(星野卓也) 이코노미스트는 “재정 출동이 경기 대책의 주역이 되고, BOJ는 추가 완화로 금리 상승 압력을 억제하는 역할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 봤다.
문제는 추가 완화가 역효과를 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BNP파리바증권의 고노 류타로(河野龍太郎)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완화에 의한 엔저로 수입 비용이 상승하면 개인소비 회복은 오히려 둔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경에는 임금 정체가 있다. 2017년 유효구인배율은 1.50배로 고도 경제성장 말기인 197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정사원 등 일반근로자의 현금 급여 총액은 2017년까지 5년간 3%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리먼 쇼크 직전 수준을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
임금 정체의 배경은 글로벌 경쟁 격화 때문만은 아니다. 인공지능(AI) 등 기술 혁신에 따른 임금 격차 확대나 대량 채용된 40대 중반 단카이(團塊) 주니어의 인건비 억제 등도 이유다. 이러한 구조 문제는 금융 완화로는 해결할 수 없다.
올 봄 노사 교섭에서는 임금 인상 기운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임금 인상이 소비나 물가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BOJ는 2019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하지만, 이코노미스트 약 40명의 평균 예상치는 0.9%였다.
신문은 “효과적인 경기 부양책이 제한적인 가운데 ‘다음 5년’을 금융 완화에만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Newspim] 오영상 전문기자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