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규철(임창정)은 사고로 기억을 잃은 후 유능한 검사에서 동네 백수로 전락한다. 유일한 낙은 옆집 여자 소은(정려원)의 귀가를 기다리는 일. 물론 만나도 시답지 않은 농을 건네거나 돈을 빌리는 게 전부다. 소은은 취업에 허덕이는 흙수저다. 숨 쉬는 매 순간이 고통인데 동거 중인 사촌 동생(윤송아)은 사채까지 끌어다 썼다. 엎친 데 덮친 격에 절도 혐의로 교도소에 갔던 아빠 장춘(이경영)가 출소해 찾아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는 건 스트레스와 빚뿐. 결국 그는 인생 역전을 이뤄줄 마지막 한 방을 꿈꾼다.
영화 ‘게이트’는 알려진 대로 ‘최순실 게이트’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그 탓에 시시해진 현실. 그 사회에 살던 신재호 감독이 직접 쓰고 만들었다. 출발 지점이 그렇다 보니 해당 사건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최순실, 고영태 등을 연상케 하는 인물들도 포진돼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딱 거기까지다. 제목만 보면 엄청난 풍자나 메시지가 담겨있을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최순실 게이트’ 보다는 VIP의 나쁜 돈을 터는 이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존 케이퍼 무비들처럼 쫄깃한 긴박감 혹은 강렬한 액션은 없다. 그러나 신 감독의 전작들이 그러했듯 목표가 명확하다. 그는 지옥 같은 현실에 더는 두려울 것도 없는 소시민을 통해 법,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 일침을 던진다. 한국의 취업난, 갈 곳 잃은 기성세대 등 현 대한민국의 씁쓸한 풍경을 오버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만 그 과정가 결과가 뻔하다. 또 과하다. 극단적 상황과 설정들이 무리하게 덧대졌다. B급 코미디로 포장해 억지스럽게 끼워 넣으니 극의 흐름이 부자연스럽다. 이야기가 겉돈다. 피로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로 안정적이다. 신 감독과 남다른 인연으로 제작 과정 전반을 함께한 임창정이 타이틀롤 규철로 분했다. 임창정 특유의 코믹 연기는 개연성과 상관없이 관객에게 크고 작은 웃음을 안긴다. ‘네버엔딩스토리’(2011)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정려원 또한 변함없는 연기로 극의 완성도에 공을 세웠다. 그러나 출연 배우 중 가장 인상 깊은 이는 정상훈이다. 정상훈은 VIP(정경순)의 남자 민욱으로 등장한다. ‘SNL코리아’ 버금가는 코믹 연기에 돈이라면 물불 안가리는 악랄한 면모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가히 정상훈을 위한 무대다. 오는 2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잔=㈜제이앤씨미디어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