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통' 정·'대북통' 서…북·미서 역할 '스위치'
전문가들 "김정은 만나 북핵 해법 도출할 수도"
[뉴스핌=정경환 기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대북 특사로 낙점됐다. 자타공인 대미·대북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정치권 및 학계에 따르면, 대북 특사단 파견 소식에 북핵 해법 도출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체제는 최고 지도자의 결심이 중요하다"며 "대북 특사를 통해 해법이 도출 된 적이 많은데, 이번 특사단도 김 위원장 입장을 확인하는 것뿐 아니라 김 위원장을 만나 뭔가 해법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특사,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 특사, 특사는 아니지만 2000년 9월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담판 등이 좋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사진=뉴스핌 DB> |
앞서 청와대는 이날 오후 2시 정 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북 특사단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이 오는 5일 정 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특별 사절단을 파견한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그러면서 "이번 특별 사절단 파견은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 방남한 북한의 김여정 특사 파견에 대한 답방의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특사단은 정 실장을 비롯해 서훈 국가정보원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포함 총 5명으로 구성됐다. 실무진 5명과 함께 총 10명이 방북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과 미국을 향한 것이니 투톱 체제로 가는 게 맞고, 또 적절하다"고 봤다.
양 교수 역시 "패럴림픽 전에 특사를 파견하는 것은 시의적절하고, 인원 구성도 아주 적절하다"고 평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측은 "남·북 관계 그리고 북·미 간 대화 2가지를 잘 성사시킬 수 있는 이들이 이번 사절단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명목상으로나마 정 실장이 단장을 맡은 것과 관련해서는 이번 특사단이 미국 측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는 데 좀 더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미국이 관건이니까 정 실장이 북한한테 미국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며 "미국 측 입장 전달에 좀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그걸 앞으로 내세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특사는 답방이니까 (그렇다)"면서 "북한을 설득시키러 간다 이렇게 돼 버리면 성공이냐 실패냐가 돼 버리니까, 답방으로 일단 가는 게 맞다. 비핵화라든지 이런 건 비공개적으로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사단은 5일 오후 특별기를 이용해 서해 직항로로 북으로 간다. 이들은 1박 2일간 평양에 머물면서 북측 고위 관계자들과 한반도 평화 정착 및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대화에 나선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여건 조성, 남북 교류 활성화 등 남북 관계 개선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지난번 김여정 특사 방남 과정 상황을 생각해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친서에서) 일단 답방이니 '고맙다'는 얘기를 할 것이고, (남북정상회담 요청에 대해서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언제든지 가겠다'는 정도의 뜻을 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엇보다 특사단과 김 위원장이 만날지,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가 관심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며 "하지만, 문 대통령이 김여정 특사를 접견했듯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양 교수는 "서 원장은 남·북·미 채널을 모두 갖고 있고, 북한과 미국 모두 신뢰하는 인물"이라며 "김 위원장을 만난다면 설득도 할 수 있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도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방북 일정을 마친 사절단은 오는 6일 오후 귀환한다. 한국으로 돌아와 귀국 보고를 마친 특사단은 곧장 미국을 방문한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이 미국으로 가 방북 결과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정 실장과 서 원장 간 사실상 스위치(Switch, 전환)된 역할이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정 실장이 북한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백악관의 가장 강경한 라인을 대변, 미국의 태도를 봐서는 북한이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분위기를 알려줄 것"이라며 "서 원장은 대북 대화의 상징인데, 북한에 다녀온 뒤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 등 미국 내 라인을 통해 미국한테 북한 입장을 설명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갈 길은 먼데, 일단 탐색적 대화까진 갈 것"이라며 "북·미가 만나는 것까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