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겉으로는 부러울 게 없는 남자 진한(김강우). 그는 권력, 재력, 외모 모든 걸 갖춘 설희(김희애)를 아내를 뒀다. 하지만 젊은 남편을 향한 설희의 집착과 소유욕은 멈출 줄 모른다. 결국 진한은 내연녀 혜진(한지안)과 아내를 살인하기로 한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마무리된 그때 사체보관실에 있던 윤설희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는다. 담당 형사 중식(김상경)은 진한을 의심하고, 진한은 모든 게 설희의 계획이라고 주장한다.
영화 ‘사라진 밤’은 스페인 감독 오리올 파울로의 영화 ‘더 바디’(2012)에서 출발했다. 메가폰을 잡은 이창희 감독은 ‘남편이 죽인 아내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원작의 줄기는 그대로 가져오되 크고 작은 설정을 달리해 저만의 색깔을 입혔다. 예컨대 내연녀의 정체(?)를 재설정해 스토리에 개연성을 부여했고, 형사 캐릭터에 변화를 줘 종일 진중하고 무거운 원작 톤을 한층 유쾌하게 만들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결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스릴러 장르에서 끝이 공개되는 건 치명적인 약점(물론 원작을 접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허를 찌르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사라진 밤’은 공간을 탄탄하게 설계해 스릴러의 맛을 유지했다. 먼저 영화의 주 배경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 설정, 새로운 장소가 주는 신선함을 챙겼다. 동시에 국과수를 미로처럼 설정하고 전체적인 색감을 낮춤으로써 공포감과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배우들의 열연은 이 영화의 또 다른 힘이다. 특히 극중 대립각을 세우는 김상경과 김강우의 연기 대결이 흥미롭다. 김상경은 어딘가 허술하면서도 냉철함을 지닌 우중식을 통해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형사의 얼굴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반면 김강우는 세밀한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조성한다. 치욕, 분노, 불안, 공포, 후회, 좌절 등 진한의 급변하는 감정은 김강우로 하여금 모두 살아난다. 오늘(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