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미쳤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미쳤고, 아름다움도 폭발했다. 화려한 무대, 발랄한 앙상블, 풍성한 명곡까지 모든 것이 조화로웠다. 긴 러닝타임에도 끝까지 관객들을 사로잡는 흡인력까지. 연극 '아마데우스'가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마쳤다.
연극 '아마데우스'(연출 이지나)는 영국의 극작가 피터 셰퍼(Peter Shaffer)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다. 동명의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작품으로, 타고난 재능을 지닌 천재 '모차르트'와 그의 재능을 인정하고 부러워하면서 한편으론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살리에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영화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따른다. 늙은 살리에리가 과거 모차르트가 빈에 방문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거로 돌아간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만났을 때부터 그의 천재적인 음악성과 반비례하는 품행에 대한 충격, 자신의 실력에 대한 좌절감과 모차르트를 몰락시키려는 계획, 그를 넘어 신을 증오하기까지의 절절한 과정을 고백한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살리에리' 한지상의 힘은 대단하다. 긴 대사를 거침없이 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궁정작곡가라는 위엄과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적절히 잘 버무린다. 여기에 아픔과 슬픔, 고통과 분노까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단연 살리에리를 위한 희곡이다. 늙은 살리에리에서 젊은 살리에리로 변할 때의 모습도 눈을 뗄 수 없는 부분이다.
'모차르트' 조정석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특유의 웃음소리를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 위화감을 없앴다. 순수하면서도 천재적이고, 오만하면서도 가엾은, 기구한 모차르트의 운명을 아름답게 전달한다. 무엇보다 한지상과 조정석의 케미를 지켜보는게 또다른 즐거움이다. 두 사람은 완벽한 호흡으로 관객들을 가지고 논다.
익숙한 스토리지만, 연극과 뮤지컬을 적절히 섞어 매력을 높였다. '작은 바람들'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 흐름상 필요한 배경을 설명하거나 인물들의 감정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다양한 안무를 통해 음악의 선율을 몸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다소 산만하거나 과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극의 분위기를 경쾌하게 만드는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보는 즐거움만큼 듣는 즐거움도 가득하다. 20인조 오케스트라가 미리 준비한 곡과 무대에서 직접 6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31곡의 모차르트 음악, 채한울 음악감독이 직접 작곡한 8곡의 음악이 더해져 풍성한 선율이 공연 중간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배우들도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도 부른다. '후궁으로부터의 도피'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 등 모차르트 오페라 맛보기는 여기서만 즐길 수 있는 덤이다.
다만 155분의 긴 러닝타임은 아쉬운 부분이다. 20분의 인터미션은 긴 러닝타임에 필요하긴 하지만, 가장 클라이맥스 후 맥이 끊겨 버린다. 관객들이 다시 몰입하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불필요한 장면을 줄이고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두 사람에게 더욱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작곡은 쉬워요. 관객이 어렵지" 천재 작곡가였지만 재능을 알아주는 이 없이 가난에 시달리다 죽은 모차르트. "당신의 평범함을 용서합니다" 평범하지만 재능을 알아보는 능력으로 오히려 괴로워한 살리에리.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아마데우스'는 오는 4월 29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