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9일 오후 서부지검 출석‥"잘못했다"
"국민·도민께 죄송‥가족에게도 미안하다" 사과
페북 사과했던 김 씨에 대한 언급은 없어
[뉴스핌=이보람 기자] 유력 차기 대권 후보에서 하루아침에 성폭행범으로 전락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9일 모습을 드러냈다. 여비서인 김지은 씨의 폭로가 있은지 4일만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검은색 패딩 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선 안 전 지사는 국민과 가족, 충남도민에게 사과했지만, 자신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김지은 씨에 대한 사과는 언급하지 않아 묘한 여운을 남겼다.
여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서울 서부지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자진출석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서울 마포의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청사에 자진해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지친 모습의 안 전 지사의 첫 마디는 사과였다. 그는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며 입을 뗀 뒤 "저로 인해 상처입으셨을 많은 국민여러분과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도 너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앞서 안 전 지사측은 3시45분께 취재진들에게 문자에서도 "상처받은 국민들과 도민들께 사죄하는 길은 하루 빨리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 전 지사가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정작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김지은 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취재진들이 "피해자 김씨 말이 전부 다 맞냐"고 물었지만 "앞으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김 씨의 폭로 직후 성폭행 의혹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과는 다른 태도다.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로 일했던 김 씨는 지난 5일 JTBC에 뉴스룸에 출연해 안 전 지사로부터 지난해 8월부터 6개월간 네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안 전 지사는 김 씨의 폭로 다음날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충남도지사 사퇴 및 정계 은퇴 의사를 밝혔다. 당시 안 전 지사는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한 바 있다.
달라진 태도에 안 전 지사가 검찰 조사에 대비해 입장을 정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 전 지사가 성폭행 의혹을 부인할 경우 사건은 진실공방으로 흐릴 가능성이 있다.
안 전 지사에 대한 수사는 김 씨가 고소장을 제출한 서울서부지검에서 맡았다. 서부지검은 안 전 지사를 출국금지하고, 성폭행 현장으로 지목된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서부지검은 안 전 지사를 둘러싼 성폭행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비롯해 안 전 지사와 김씨 양측 주장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안 전 지사의 추가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또 다른 여성도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대응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