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중 정상회담서 '비핵화' 의지 피력
北 비핵화·한미군사훈련 '동시 중단' 등 거론
대북 전문가들 "쌍중단·쌍궤병행, 중국 주장일 뿐"
고유환 교수 "군사적 위협 해소, 체제보장 더 원할 것"
[뉴스핌=정경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국과 미국의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일각에선 북한과 중국이 오는 5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서 쌍중단 및 쌍궤병행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대북 전문가들은 쌍중단·쌍궤병행은 중국의 입장일 뿐, 북한이 반드시 그를 취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부터). <사진=뉴스핌 DB> |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29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어젠다(Agenda)지 북한의 그것이 아니다"며 "중국이 차이나 패싱(China Passing)을 모면하기 위해 던진 것인데, 북한과 미국이 지금 그것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쌍중단(雙中斷)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을, 쌍궤병행(雙軌竝行)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체제 협상을 병행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두 시 주석이 북한 핵문제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방안이다.
김 교수는 "북한은 쌍궤병행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교환한다는 것인데, 북한의 주장은 두 가지가 등가(等價)가 아니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핵 포기 불가'가 지금까지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핵을 포기하겠다고 나왔으니, 미국이 그 대가로 무엇을 줄 것이냐의 문제"라며 "체제 보장, 경제 지원 등이 있는데 꼭 쌍중단·쌍궤병행을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으로선 쌍중단·쌍궤병행보다 기존의 군사적 위협 해소 및 체제 안전 보장 조건을 더 강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 교수는 "원래 조건이 있었지 않나.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이라면서 "쌍중단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해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나가면 자기들도 거기에 따르는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북한이 중국을 찾고, 또 '단계적 및 동시적 조치'를 얘기했다는 것은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북중정상회담을 보면,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단계적·동시적 조치에 대한 말들이 나오는데, 조건이 있다는 것은 결국 안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김정은은 비핵화를 하려는 게 아니고, 시간끌기 전략일 뿐이다. 협상에 나와서 이런 걸 내세울 리 없다"며 "미국도 이미 북한이 비핵화를 할 마음이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에 간 걸 봐서 그렇게 보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