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회장 인생 궤적 따라가는 아들 김동준 대표
“IT실무·벤처투자 감각 익혀 추후 키움증권 이동할듯”
IT 계열사서 뚜렷한 퍼포먼스 없는 건 극복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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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형락 기자] 베일에 가려졌던 김익래 다우그룹 회장의 외아들 김동준 대표가 경영 전면에 나섰다. 김 대표는 다우데이타 전무를 거쳐 지난 달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직에 선임됐다.
그룹 안팎에선 다우키움그룹의 '2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과 함께 금융계열사에 첫 도전하는 김 대표가 어떤 경영스타일을 선보일 지 주목한다.
특히 김익래 회장이 아들을 그룹내 소형 계열사인 키움인베스트먼트로 보낸 배경도 관심이다.
키움증권 고위관계자는 "김동준 대표는 경영자 수업을 차근차근 밟는중"이라며 "그동안 IT회사에서 경험을 쌓아 이제는 창투사 업무를 제대로 배울 시기가 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귀띔했다.
◆ "'벤처 DNA' 익히는 징검다리"
앞서 다우키움그룹 안팎에선 머지않아 김 대표가 금융 계열사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계열사로는 그룹의 주축인 키움증권 입성을 주로 꼽았다. 하지만 김익래 회장은 달랐다. 아들에게 맡긴 중책은 벤처캐피탈 비즈니스인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김 회장의 의중을 가늠하기 위해선 그의 삶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 회장은 금융인에 앞서 한국 벤처 창업의 선구자로 꼽힌다. 그는 1981년 국내 벤처기업 1호로 평가받는 '큐닉스' 공동 설립에 참여하면서 벤처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어 1986년 소프트웨어 벤처회사 다우기술을 창업하며 독자 행보를 시작했다. 1992년에는 IT 서비스 기업 다우데이타를 만들면서 계열사를 넓혔고, 2000년 키움닷컴증권을 설립해 금융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김 회장이 오늘날 다우키움그룹을 일군 원동력이 뿌리 깊은 벤처 창업 정신이었던 셈이다. 앞서 키움증권 대표이사로 10여년 재직한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도 대표이사직을 맡기 전 약 2년 간 키움인베스트먼트 사장을 지낸 바 있다.
키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다우기술이 1997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에 광범위한 투자를 했다. 그중 큰 수익을 올렸던 투자가 바로 키움증권이다. 그때부터 김익래 회장이 금융업에 관심을 갖고 오늘날 저축은행, 우리은행 지분투자 등 금융회사 관련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다우키움그룹은 키움증권, 키움투자자산운용, 키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금융그룹의 진용을 갖춰가고 있다. 지난 2016년엔 핵심 계열사인 키움증권이 우리은행 지분 4%를 확보, IT기술과 은행업을 접목한 인터넷은행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다.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김 대표도 이 같은 아버지의 인생 궤적을 밟아가는 것이란 전언이다.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맡는 동안 다우키움그룹의 근본정신인 '벤처 창업 정신'을 다져야 한다는 의미다.
◆ 34세 젊은 대표?…"20세부터 후계자 수업 시작"
젊은 나이에 대표이사 직을 맡으면서 그는 자연스레 금융투자업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1984년생인 김 대표는 올해 35세다. 증권가 오너 2세로는 다소 빠르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에서 30대 대표이사가 흔치 않은 사례다. 이에 김 대표의 인사를 두고 아버지 김 회장의 고민도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슷한 사례로 금융투자업계에선 '3세 경영'에 나선 대신증권의 양홍석 사장 정도가 거론된다. 양 사장은 2014년 33세 나이에 사장 자리에 올라 주목받았다. 양 사장은 대신증권 창업주인 고(故) 양재봉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어룡 회장의 아들이다.
다우키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도 2세 경영을 어디서 본격적으로 해야할 지 고민이 컸을 것"이라며 "그동안 키움인베스트먼트는 그룹 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없었기에 기저효과를 포함해 본인의 성과를 보여주기 수월할 수 있다. 김 회장의 고민이 묻어난 결단으로 본다"고 평했다.
◆ '미국 유학파' 김동준 대표…회계법인서 재무 실무 닦아
김동준 대표는 1남 2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김 대표를 종종 봐온 그룹 안팎의 이들은 김 회장의 엄격한 자녀교육 영향으로 자녀들 모두 반듯하게 자랐다고 입을 모은다. 그룹 관계자는 "김 대표는 20세 무렵부터 김 회장에게 후계자 수업을 받아서인지 아버지 특유의 겸손과 검소함, 대화법 등을 물려받았다. 모든 사안을 처리할 때 핵심을 짚어 정리하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2002년 미국 몬타비스타(Monta Vista)고등학교를 마치고, 2005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회계학과를 나왔다. 이후 코넬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고 2014년 졸업했다. 아내는 미국 유학 시절 연애를 통해 만나 결혼했다. 김 대표 처가는 부동산 재벌가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2009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해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며 2년 가량 근무했다. 물론 이 또한 '회계에 대한 마인드 없이 회사를 경영하기 어렵다'는 김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김 회장의 큰 딸은 주부인데 그 사위가 키움증권 투자운용본부 PI팀 소속 부장으로 재직중이다. 키움이 해외법인 인수 등 글로벌 사업을 키워가는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둘째 딸은 현재 키움투자산운용에서 해외채권팀장으로 일한다. 오너 자녀라는 티를 내지 않고 직원들과 섞여 지내려 하고, 부족함을 열심히 보완하려는 모습에 주변 임직원들의 평가도 호의적인 편이다. 사내에선 둘째 딸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높다.
◆ IT 계열사 전략기획 담당…구체적 성과는 '글쎄'
김 대표가 다우키움그룹에 첫 합류한 것은 지난 2014년. 다우기술 사업기획팀 차장으로 시작했다. 이때 엔터프라이즈DB 사업(오픈소스 기반 DB시스템 공급사업), 다우기술이 자체 개발한 그룹웨어 다우오피스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듬해 12월 다우기술에서 이사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이어갔다. 당시 전략기획팀장을 맡아 회사의 전반적인 전략을 살피기도 했다. 2016년에 상무로 승진하며 다우데이타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말 전무로 승진했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갖가지 딜과 프로젝트에서 주된 역할과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소문과 보도도 나왔지만 확인결과 아직 구체화된 성과는 없다. 특히 아버지의 주 전공인 IT 계열사에서 3년 남짓 근무하며 두각을 보이긴 쉽지 않았을 것이란 전언도 있다. 그룹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김 대표 본인이 특정 비즈니스나 사업을 주도적으로 맡아서 한 적은 별로 없었다"며 "현재 키움인베스트먼트, 이후 다른 주력 계열사에서의 행보를 살펴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뉴스핌 Newspim] 김형락 기자 (ro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