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핵 개발 완전 봉쇄 못하면 협정 파기' 거듭 경고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여부가 8일(현지시간) 판가름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 협정 탈퇴 수순을 밟을 경우 이란의 핵 개발 재개를 둘러싼 중동 정세 긴장고조와 함께 국제유가 등도 요동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위터를 통해 "내일(8일) 오후 2시 백악관에서 이란 (핵) 협정에 대한 나의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이란 핵 협정의 산파를 맡았던 존 케리 전 국무부 장관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매우 형편없이 협상한 이란 핵 합의에 대한, 존 케리의 불법 가능성이 있는 비공식 외교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케리 전 국무장관이 이란 핵 협정을 유지하기 위해 이란, 프랑스, 독일 등 협정 당사국과 비밀 접촉을 벌였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나온 것이다.
이란 핵 협정은 지난 2015년 미국,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및 독일과 이란이 함께 체결했다.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사찰을 수용하면 미국이 주도해온 대 이란 제재도 함께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정부가 주도해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끌었던 이란 핵 협정을 강력히 비판해왔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 핵 협정이 2015년 이후 이란의 핵 개발 재개와 탄도미사일 개발 등을 막지 못하는 등 허점이 많다며 이를 봉쇄할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면 핵 협정에서 탈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 탈퇴및 대 이란 제재 재개 여부를 오는 12일 이전에 의회에 통보해야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이란 핵 협정 탈퇴와 파기 여부에 대한 최종 결심을 밝히고 의회에 이를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30일(현지시간) 텔아비브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현재까지 기류는 트럼프 대통령이 끝내 이란 핵 협정 파기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달 28일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현행 협정으로는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로 보유하지 못하게 막지는 못한다. 우리는 유럽 동맹국들과 이를 고치려고 작업중이지만 합의하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정을 떠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맹방이자 협정당사국들인 프랑스와 영국 등은 트럼프 정부의 이란 핵 협정 탈퇴를 막기 위해 막판 설득을 벌이고 있다.
지난 달 미국을 국빈 방문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벌였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6일 독일 매체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핵 협정 파기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전쟁을 의미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가 전쟁을 원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을 상대로 기존 협정의 골격을 유지하되 일부 논란이 되는 조항을 수정하는 절충안을 제시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미국과 이란 정부의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한 상태다.
미국을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지난 6일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컬럼을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이란 핵협정을 폐기말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란 핵 협정이 취약점을 지니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모든 옵션들 중 가장 단점이 적은 옵션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장관 역시 이란 핵 협정 파기가 아닌 취약점에 대한 수정을 위한 공동 노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8일 이란 핵 협정의 완전 파기가 아닌, 조건부나 시한부로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한편 이란은 미국이 핵 협정을 파기할 경우 즉각 핵 개발을 재개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최근 국영 방송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우리는 핵합의에 있어 트럼프의 그 어떤 결정에도 저항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만일 미국이 핵합의를 떠난다면 역사적인 회한을 수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유가와 글로벌 금융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파기 우려가 높아지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원유 선물을 매수하면서 유가는 최근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1.05달러(1.5%) 상승한 70.73달러에 마감해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7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날 유가는 미국의 이란 제재 재부과 우려와 베네수엘라의 공급 차질로 상승 압력을 받았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