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16일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방안 진단’ 토론회 개최
박상인 교수 "현대차 세습 헛점 노렸던 헤지펀드 엘리엇 뿐 아냐"
토론 현장에 현대차그룹 직원도 직접 나와 '꼼꼼히' 체크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16일 참여연대가 개최한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방안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선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회피하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그룹 편법 승계를 위한 꼼수라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논란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복잡한’ 전략 하에 분할 비율을 총수 일가에 유리하게 인위적으로 책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우리 대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취약한 틈을 투자 기회로 삼아 공격적 행보를 하고 있다는데 대체로 공감했고, 오는 29일 예정된 주총에서 현대차그룹의 개편안 통과 여부의 키는 엘리엇보다는 의결권 자문사들에 달려있다고 봤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방안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승현 기자> |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방안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8일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개편 계획을 내놨다. 핵심은 현대모비스의 투자-핵심부품 사업과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해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로 합병한다는 것.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0.61대 1이다.
이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의 출자구조 재편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총수 일가는 1조3000억원의 양도소득세 납부만으로 지주회사 규제 회피, 금융계열사 보유 유지 등의 이익을 취할 수 있다”며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존속법인 고평가, 분할법인 저평가의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는 ‘지배회사’ 개념을 들고나온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은 금산분리, 상호출자 등 지주회사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정의선 부회장의로의 세습 목적만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분할법인 가치를 전체 현대모비스 가치의 40.12%로 산정했는데, 이는 의도적으로 분할법인의 실제 본질가치보다 저평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료=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
이어진 토론과 질문에서 패널들은 현대차그룹이 분할 후 합병이라는 ‘복잡한’ 방법을 택한 이면에는 삼성그룹이 ‘당했던’ 경험을 참고했을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
전성인 교수는 “왜 모비스와 글로비스를 직접 합병하지 않느냐의 문제는 우선 실정법 문제가 자리한다. 둘을 합병하면 상호 출자관계에 들어가고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둘의 시총 차이가 크다. 모비스는 23조원, 글로비스는 5조원 정도인데, 합병법인 주식을 대량 보유해야 하는데 주가 조작은 어렵다 보니, 비상장사를 만들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훈 변호사(경제개혁연대)는 “삼성물산 방식은 이제 사회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는다”며 “글로비스 주식을 팔고 모비스를 사면 간단한데 (예전 블록딕 실패 경험을 보면) 글로비스가 안팔린다. 정의선이 빠져나간 글로비스는 폭락할 것이 뻔해 애매한 방식의 인적분할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순탁 회계사는 “상장사를 쪼개 비상장사를 만들면 가치 계상의 문제로 간다. 이 때 분할 비율을 높게 혹은 낮게 만들 여지가 있기 때문에 분할 방식을 썼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엘리엇의 공격적 행보가 가능한 것이 우리나라 대기업 지배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박상인 교수는 “재벌승계 과정에서 여러가지 허점이 있다. 세습 과정에서 돈 벌 기회가 생긴다는 의미다.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취약점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을 노리는 헤지펀드가 엘리엇뿐만이 아니다. 다른 2곳에서도 컨설팅 관련 내게 연락이 왔는데 이해상충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는 29일 예정된 주총에서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합병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느냐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의결권 자문사들이 키를 쥐고 있다고 봤다.
이상훈 변호사는 “엘리엇은 모비스와 현대차 합병이 대안이라고 하는데 그건 엘리엇이 기아차보다 현대차 지분이 더 많다는 방증일뿐 의결권 자문기관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합병 정당성과 필요성이 중요한데 합병 후 뚜렷한 그림이 안 나오는 것이 다소 문제며 주식매수청구권도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홍순탁 회계사는 “엘리엇 지분이 삼성물산 당시엔 5%, 이번에는 1% 남짓이다. 엘리엇보다 의결권 자문기관 영향력이 더 크다. 국민연금은 재무적 요소 뿐 아니라 ESG 원칙, 책임투자 원칙도 있어 전반적으로 고려해 투자하는 게 옳다”고 했다.
<자료=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분할합병 IR> |
이밖에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은 합병의 합목적성과 시너지 측면에서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됐다.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번 합병건에 대해 합병의 합목적성과 비율의 적정성에 대해 공정위가 충분한 검토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따져보자면 시장의 평가는 냉정함을 넘어 조소를 보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종보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현대차그룹은 이번 개편에 대해 사업경쟁력 강화, 그룹사 독립성 제고, 대주주 책임경영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글로비스가 모듈 사업과 AS부품 사업을 수행하는데 무슨 시너지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구조 개편의 사업상 목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순환출자구조를 유지하려는 자구책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현대차그룹 직원이 직접 현장에 나와 발제와 토론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사회를 맡은 김남근 민변 부회장이 발언 기회를 줬지만 특별한 언급을 피한 채 홍보실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