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구광모 체제 안정 위해 계열분리 가능성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별세로 그동안 그룹을 진두지휘해왔던 구본준 LG 부회장의 계열분리 등을 통한 독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LG의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구본무 회장에서 구광모 상무로 이어지는 LG가(家)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구본준 LG 부회장. <사진=LG> |
구광모 상무의 올해 나이는 40세로 그룹을 진두지휘하기에는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한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회장직을 단 것이 45세 때였고 구본무 회장이 취임한 것이 50세였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당분간 LG그룹 내 6명의 전문경영인들이 구광모 상무를 그룹수장으로 연착륙하기 위해 돕지 않겠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구광모 상무가 그룹 내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전까진 LG 계열사 및 그룹 경영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 내 경영권을 쥐고, 경영 승계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구본무 회장이 와병중 LG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에 설득력있게 들린다.
구본무 회장이 1995년 LG그룹의 회장직을 물려 받아 그룹 전체를 통솔하는 동안 구본준 부회장은 전자, 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상사 등 주요 계열사를 거치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2010년엔 LG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LG전자가 위기에 빠지자 구원투수로 등판해 LG전자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2016년엔 지주사인 LG의 신성장추진단장 부회장을 맡아 이전까지 핵심 계열사 대표 이사를 맡아온 것과 다르게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수행했다.
2017년부턴 이사와 이사회 의장으로서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최고경영진 인사 등 큰 틀의 의사결정과 주요 경영 사안을 직접 챙겼다. 구본무 회장이 주재해왔던 '전략보고회'와 '업적보고회'를 구본준 부회장이 주재한 것도 2017년부터다.
하지만 장자가 가업을 승계할 경우 선대 형제는 모두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것이 LG가의 전통인 만큼 구본준 부회장이 LG그룹내에서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과거 구자경 명예회장 경영 승계 과정에서 창업주 동생 구철회씨 역할이 현재의 LG그룹 경영 승계의 바탕이 됐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가 일본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동생 구철회씨는 동생들과 조카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아 "나는 이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며 경영 승계 과정의 형제들 간 분란 가능성을 차단시켰다.
구인회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뒤 시무식에서 구자경 명예회장을 2대 회장으로 추대하는 분위기를 주도한 것도 구철회씨였다. 그 시점부터 시작된 장자 승계 원칙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 때부터 시작된 유교적 가풍은 71년 동안 이어진 LG그룹의 역사 속에서 단 한번의 친인척간 분쟁이 발생하지 않게 한 원동력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철저히 장자승계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구광모 상무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구본준 부회장 보다 구광모 상무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