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인하부터 이민 규제까지 EU와 대립각 예고..10년물 국채 수익률 20bp 급등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잠잠하던 이탈리아 금융시장이 또 한 차례 파열음을 냈다.
5일(현지시각)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1bp(1bp=0.01%) 치솟았고,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bp 하락했다.
주세페 콘테 총리 [사진=블룸버그] |
주식시장도 냉각 기류를 보였다. 이탈리아 증시의 FTSE MIB 지수가 1.2% 급락하며 유럽 증시 전반의 하락을 주도했다.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은 것은 주세페 콘테 신임 총리였다. 첫 공식 석상에서 그는 이탈리아 정부가 포퓰리즘 정권이라고 선언, 빈곤층에 대한 기초 소득 보장과 세금 인하, 이민 규제 등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것.
이는 EU 시스템에 대한 선전 포고로 받아들여지면서 금융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콘테 총리는 재정 확대를 근간으로 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반유로 색채의 오성운동과 동맹이 앞세우는 정책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EU의 재정 협약을 위반하게 될 여지가 높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앞서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가 고배를 마신 국제통화기금(IMF) 전직 관료 카를로 코타렐리의 분석에 따르면 오성운동과 동맹이 발표한 재정 확대와 세제 개혁에 따른 부담이 1260억유로(147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콘테 총리는 이날 EU와 협상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데아 은행의 얀 본 게리히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지난주 안정을 찾은 금융시장이 리스크를 탈피할 것을 기대했으나 콘테 총리의 발언이 시장을 다시 들쑤셔 놓았다”고 전했다.
이날 콘테 총리는 과감한 복지 정책과 경기 부양책을 통해 공공 부채를 축소하는 결과를 이뤄낼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표정이다.
콘테 총리는 EU의 난민 정책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 앞으로 주요 쟁점을 놓고 유럽 주요국과 각을 세울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는 “EU는 난민 문제로 인한 부담을 모든 회원국들에게 공정하게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에 떠넘기는 이기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콘테 총리는 이번 주말 캐니다에서 열리는 선진 7개국(G7) 회담과 오는 28~29일로 예정된 EU 정상회담까지 굵직한 국제 무대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UBS의 노버트 아울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조기 총선 사태를 모면했지만 경헌 없는 정권의 재정 정책 및 EU 마찰 가능성이 금융시장의 커다란 불확실성”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